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 보다 1.5%인 130원 오른 8천72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어제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 모두가 반발한 가운데 공익위원 제시안을 표결에 부쳐 이같이 확정했다. 최저임금 삭감을 주장한 사용자측과 인상을 요구한 근로자측 사이에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최소한의 인상으로 양측의 명분을 모두 살려주는 중재안을 관철시킨 셈이다.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은 현재진행형인 코로나 경제위기를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중재역할을 맡은 공익위원들은 역대 최저 인상률로 근로자측에는 인상의 상징적 명분을, 사용자측에는 현행 수준 유지의 실리를 제공하는 효과를 기대했음직하다. 하지만 사용자측이 2.1% 삭감을, 근로자측이 16.4% 인상을 주장한 최초 제시안을 감안하면, 공익위원들이 모처럼 사용자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봐야 한다. 위원장은 발언권이 제한된 정부측 참관위원에게 이례적으로 발언을 허락해 최저임금 인상에 소극적인 정부 입장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근로자 위원 전원과 사용자 위원 일부가 표결에 불참하고 퇴장한데서 보듯이, 공익위원들이 주도한 최종 타결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대립적이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제도의 사망을 선고했고, 민주노총은 근로자위원 사퇴를 경고하고 나섰다. 반면 사용자측 역시 현 정권 들어 가파르게 상승한 최저임금 직격탄에 코로나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수 많은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망하는 판에도 최저임금을 인상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집권 직후 2018, 2019 두해 연속 16.4%, 10.9% 올랐다. 하지만 올해 2.9%에 이어 내년엔 역대 최저수준 인상에 그쳤다. 첫 두 해는 역대 최고 인상률로 시작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았고, 최근 두 해는 최저 인상률로 치달아 노동계의 반발을 자초했다. 냉·온탕을 오가는 최저임금제로 경제 주체인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는 악화되고, 자영업은 피폐해지고,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탓이다. 사용자와 근로자 단체와 정부 입김에 의해 흔들리는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경제주체들 간의 불신과 반목만 키울 뿐이다. 오직 경제지표만을 근거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정치·사회적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제도개혁을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