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몰려와 단체항의 '수모'도
모욕과 명예훼손, 부당지시, 업무 외 강요 등은 모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고 이를 법으로 금지했지만 부당한 업무 지시에 항의한 아파트 설비 노동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주민에게 갑질을 당했던 경비원의 자살로 사회에 경종을 울렸던 그때, 수원의 A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직원은 휴게시간에 지속해서 부당한 업무를 지시받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받았고, 이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라고 노동청에 진정을 넣자 관리사무소장이 진정 내용을 아파트 주민에게 공개하고 심지어 아파트 방송을 통해 직접 말하라는 요구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전기 업무를 담당한 B씨는 감시·단속적 근로자(감단근로자) 인가를 받은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에서 지난 2015년 2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경비원, 전기 기사 등 돌발적인 사고 발생을 대비해 대기시간이 긴 업무를 맡은 이를 감단근로자로 부르는데,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를 해선 안 된다. 하지만 B씨는 대기시간 동안 벽돌쌓기와 보도블록 교체 등 전기 업무와 관련 없는 지시를 반복적으로 받았다.
이에 B씨는 지난해 12월 30일 중부고용노동청경기지청(경기지청)에 휴게·대기 시간에 수행한 업무에 대한 수당 지급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자 관리사무소는 지난 3월께 B씨의 경기지청 진정 내용을 담은 게시물을 아파트 게시판 20여 곳에 붙이고, 아파트 방송으로 해당 사실을 입주민에게 알렸다.
B씨는 "부당 업무를 시킨 것에 대해 수당 지급을 요구했을 뿐인데, (관리사무소가) 게시물을 붙여 수당 지급을 주민 관리비로 내야 한다고 적었다. 그 이후 주민들이 몰려와 따져 묻고 항의했다"며 "아파트 방송으로 (내가) 진정을 넣었다는 사실을 밝히라고 강요해 결국 그만뒀다"고 토로했다.
A 아파트는 게시물 부착을 인정하면서도 주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붙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A 아파트 관리소장은 "관리직원 급여는 입주민대표회의 의결 결과에 따라 정해지고 지급된다. B씨가 주장하는 돈은 급여에 해당해 추가 수당 지급 시 관리비가 추가될 수 있어 사전에 주민들의 공익적 차원에서 게시한 것"이라면서 "방송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