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지나지 않아 장 변호사가 n번방 사건의 주범인 조주빈에게 개인정보를 넘긴 영통구청 사회복무요원 강모(25)씨 사건을 수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회자됐다.
장 변호사는 사임계를 냈다. 짤막한 입장문도 전했다. 과한 관심에 잠시 휴대전화를 끄기도 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n번방 조주빈 공범 변호 논란' 기사가 쏟아지기 전 그는 "지방에서 일하던 사람도 중앙정부 일을 해야 우리 지역 후배 변호사들이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n번방 사건을 변호했다는 악의적인 프레임이 장 변호사를 주저앉혔다. 그는 "공수처 출범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친다면 개인적으로 역사적으로 힘들다"며 당일 신속하게 입장을 정리했다.
여당이 무책임했다. 더욱 세밀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무엇이 부족하다는 것인가. 형사 재판에 나온 변호인과 피고인을 동일시하는 여론이 고유정 사건 때부터 짙어졌다. 바람직하지 않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호자면서 법원·검찰과 함께 실체적 진실 발견에 기여 하는 공익적 지위를 가진다.
정면돌파해야 했다. 여야, 좌우,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바른길을 찾으려고 수십 년을 고민한 그의 노력과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사무실 빌려주고 프린트도 마구 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세심한 마음 등 추천위원 선정 배경을 더 자세히 알렸어야 했다.
수원에 고등법원을 유치할 때 백방 뛰어다닌 유명한 '동네 변호사'도 장 변호사였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성경 구절이 있다. 티끌은 떼어 버리면 그만이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