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수원시 매교동 일대는 을씨년스러웠다. 인적이 끊긴 거리에 굳게 닫힌 문. 빨간 스프레이로 휘갈긴 '공가' '철거' 글씨는 스산한 분위기를 가중시켰다.

경기도에는 아직 첫삽을 뜨지 못한 재개발 사업 지역이 14개 시·군에 40곳이 있다.

이들 지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터. 도가 실제로 수원·안양지역 7개 정비구역 현장을 조사해본 결과, 건물 외벽 등에 빨간 스프레이로 '철거' '공가'를 적어두거나 스티커, 비닐 테이프 등을 무질서하게 붙여 철거 대상 건물임을 표기하고 있었다. 대문이 망가져 자칫 범죄 공간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는 곳들도 있었다.

앞서 지난달 김희겸 도 행정1부지사는 SNS를 통해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시민들은 마치 우범지대나 슬럼가를 지나는 느낌을 갖고 오랫동안 참아야 한다. 보다 살기 좋고 아름다운 도시를 그리면서도 이런 문제는 깊이 고민하지 못했다. 도에서 재건축이나 재개발시 준수해야 할 지침 등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겠다. 작은 변화가 도시를 더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었다.

도는 '이주진행 중인 정비구역 미관개선안'을 마련, 시행에 들어간다. 스프레이로 표시하는 걸 금지하고 철거 대상임을 나타내는 스티커나 현수막을 활용키로 했다. 시안은 도에서 만들어 시·군에 배포할 예정이다. 미관을 해치고 슬럼화를 가속화 한다는 이유에서다.

빈 건물의 미관 훼손 방지 대책을 사업시행 계획 및 관리처분 인가조건으로 부여할 것을 요청, 대책이 잘 지켜지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필요한 조치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훼손된 곳은 선별적으로 비용을 지원해 현수막으로 가리는 등 미관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홍지선 도 도시주택실장은 "도내 정비구역의 미관을 개선하고 치안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