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 옥살이를 한 윤모(53)씨의 재심 재판에 당시 경찰의 '조작 수사'에 대한 증언이 연달아 나왔다.

21일 오후 2시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박정제) 심리로 열린 윤씨의 살인 등 혐의 사건 재심 4차 공판에 윤씨 측 증인으로 피고인의 고종사촌 누나인 A씨가 출석했다.

A씨의 아버지 즉 윤씨의 작은아버지는 윤씨가 화성경찰서에 연행됐을 당시 경찰서를 찾아가고 구속된 뒤에도 수원구치소 면회를 가는 등 윤씨를 살뜰히 챙긴 가족이었다.

A씨는 고령인 아버지를 대신해 당시 아버지와 나눴던 대화들을 토대로 이날 법정에서 증언을 했다.

아버지의 조서에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문장을 조작해 피고인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증거로 활용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A씨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기도 했다.

A씨는 "동생이 잡혀 가고 현장 검증을 할 때도 잘 걷지도 못하는데 담을 넘으라고 소리를 치자 아버지는 돈 없고 빽 없어 원통하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푹 주저앉았다"며 "(당시 형사가 멋대로 작성했다고 인정했다는 변호인의 질문에)아버지 진술서 원문을 복사해서 필적 감정을 해보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A씨에 앞서 검찰 측 증인으로 윤씨와 안면이 있었던 태안읍 안녕리 주민 B씨도 "윤씨와 친구 사이도 아니고 얼굴만 알고 이름도 모르는 지인 사이인데, 경찰 수사기록에 친구로 돼 있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진술조서 기재)성격이 난폭하고 욕설을 많이 한다는 말도 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오는 8월11일 오후 2시 열리는 윤씨에 대한 재심 5차 공판에는 당시 수사 경찰관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