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301001080200053061
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인천 동구의 작은 섬 물치도(勿淄島)가 100여 년만에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 물치도는 개항기때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는 수많은 국가 군대의 주요 정박지로 사용됐다.

물치도에 머물렀던 국가들은 저마다의 이름을 붙였는데 프랑스는 자국의 함대 이름을 따서 '보아제(boisse)', 미국은 나무가 울창하다고 해 '우디 아일랜드'라고 불렀다.

지난 16일 국가지명위원회 의결 전까지 우리가 불렀던 작약도(芍藥島)는 일본식 이름이다. 1883년 개항 이후 이 섬을 매입한 일본인 화가가 섬의 형태가 작약꽃 봉오리를 닮았다고 해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내부 외교 문서에서도 물치도를 작약도로 표기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대동여지도(1861년) 등 조선 후기 지도에서 볼 수 있듯 '물치도'로 불렀다.

지난해 동구 만석부두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옛날에는 가족들과 배를 타고 작약도에 가서 피서를 즐기곤 했다"고 물치도를 회상했다. 당시 인천의 주요 관광지로 꼽힐 만큼 물치도도 좋은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본래 이름을 잃은 물치도는 대체로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한보그룹, 인천 해운업체 '원광', 진성토건 등 수많은 민간 사업자가 매입해 유원지 개발 등 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하면서 수십년간 방치됐다. 최근 인천시가 매입해 공영 개발하기로 하고 유원지 기본 계획까지 수립했으나 올해 초 법원 경매를 통해 소유권이 또다시 민간 업체로 넘어갔다. 그리고 물치도는 일몰제에 따라 유원지 부지에서 해제됐다. 물치도의 운명이 다시 한 번 민간 사업자 손에 맡겨진 셈이다.

이름을 되찾은 물치도는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다시 태어난 물치도가 인천 시민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인천시, 동구 등 지자체가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민간 사업자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