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화학 사업장에서의 중대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인천 서구 가좌동 소재 에스티케이케미칼 화학 공장에서 20t 용량의 탱크로리가 폭발해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고는 다른 저장소에 잘못 주입한 화학물질을 빼내다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폭발로 인해 이 공장 뿐 아니라 10여 m 떨어진 인근 공장의 창문과 외벽 패널까지 파손될 정도였다고 하니 전쟁터를 방불케 한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인천에서는 이전에도 인명 및 재산피해를 동반한 화학 사업장에서의 화학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바 있다. 2012년 서구 경서동 SNC로제스틱 화재사고, 2018년 서구 가좌동 이레화학 화재사고, 2018년 서구 화학폐기물공장 화학물질 유출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발생 건수로는 2015년 7건, 2016년 4건, 2017년 4건, 2018년 5건, 2019년 4건 등으로 매년 화학 사고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이들 화학사고는 주로 중소 화학공장이 밀집해 있는 서구 지역에서 발생하는데 화학 공장 대부분이 오래된 중소 사업장이어서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서구에는 모두 544곳의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화학 사고는 화학 물질 누출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평소 시설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는데도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천시와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부터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현재로선 과산화수소 저장소에 수산화나트륨을 잘못 주입했고 이상 반응이 나타나자 이를 다시 탱크로리 차량으로 옮기다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추정이 맞다면 실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작업자의 안전의식에서부터 안전 시스템, 관리·감독 등 안전을 담보하는 장치들에 숭숭 구멍이 뚫려 있음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고는 그동안 화학 공장에서 중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계기관이 내놓은 각종 안전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인천시와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인천지역 전체 화학 공장의 안전시스템을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각 화학 공장의 취약 부분을 일제 점검해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후 이를 토대로 업종별, 공정별로 특화된 세부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화학 사고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번 사고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