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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홈플러스 서수원점 교차로 자전거횡단도 앞에 설치된 하차 유도 글자 보도블록.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탑승한 채 이용 가능 시설 불구
589만원 들여 금곡 등 3곳 설치
市 "안전 우선가치로 시범운영"


"자전거횡단도 앞에 웬 하차 유도 글자 보도블록?"

27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홈플러스 서수원점 교차로. 횡단보도와 나란히 자전거횡단도가 그려져 있다.

자전거횡단도로 내려가는 보도 위에 자전거를 내려서 끌고 가는 사람 표시와 함께 '자전거는 내려서!'라는 글자 블록이 박혀 있다.

도로교통법 15조의2(자전거횡단도의 설치 등)를 보면 자전거 운전자가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횡단도가 따로 있는 도로를 횡단할 때에는 자전거횡단도를 이용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쉽게 말해 자전거횡단도가 그려져 있다면 자전거를 타고 길을 건너도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수원시는 이러한 법규와 달리, '자전거는 내려서!'라는 보도블록을 설치했다.

이런 법과 정반대의 안내표지를 설치하는데 수백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시민들은 오히려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시는 지난 4월20~28일 589만9천680원의 예산을 들여 권선구 금곡동 홈플러스 서수원점 교차로, 호매실동 모아미래도교차로, 행정복지센터교차로 자전거횡단도 3곳 양방향에 글자 블록 '자전거는 내려서'를 설치했다.

김진태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법적으로 자전거 횡단도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곳이다. 모르고 사업을 진행했다면 공무원의 관리 감독 부실로 세금이 낭비된 것이고 시공업체가 잘못 설치했다면 원상복구하고 자전거횡단도가 없는 곳에 다시 설치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는 안전을 우선 가치로 두고 시범 운영을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갑자기 글자 블록을 설치한 배경에는 지난해 시 행정사무감사에서 한 시의원의 지적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생태교통과 관계자는 "안전문제가 대두되면서 자전거횡단도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홍보하자는 민원이 있었다"며 "도로교통법상 안 맞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