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탈북한 우리 국민이 서해안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했다는 북한의 발표로 우리 군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가운데, 막을 수도 있었던 월북이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국가안보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포경찰서 담당 경찰관은 이달 19일 오전 1시1분께 탈북민 김모씨의 지인으로부터 그의 월북 가능성을 암시하는 제보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담당 보안 경찰관이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부재를 확인한 건 그로부터 8시간 후인 아침 9시였다는 것이다. 경찰은 20일 오전 11시에야 제보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했다고 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씨가 월북한 19일 그날 대한민국 경찰은 제보를 받고도 잘 잠 다자고 뒷북을 치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언론의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김포경찰서가 김씨 월북 첩보를 입수한 것은 월북 전날인 18일이고, 김씨의 한 지인은 18일 그의 월북 가능성을 신고했다고 유튜브에서 공개적으로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어제 브리핑에서 제보 이후 조사 개시가 늦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제보 시점을 두고 김포서 담당 경찰과 김씨 지인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점에 대해 규명해야 할 책임이 생겼다.

우리 군은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가 있기 전까지는 김씨의 월북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월북 경로조차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기막힌 건 월북자 김씨가 앞서 탈북할 때도 헤엄쳐 제 발로 군사분계선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올 때도 몰랐고 갈 때도 몰랐으니, 철통 같다던 경계태세는 딴 세상 얘기가 됐다.

탈북자 김씨의 월북사태는 지난해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보다도 충격적이다. 서부전선은 그야말로 수도권 방어의 요충이다. 이곳이 뚫리면 바로 수도권이다. 수도권과 연륙화된 강화도 접경이 김씨의 탈북과 월북으로 희롱당한 사실에 군은 수치심을 느껴야 마땅하다. 군사분계선 경계에 실패한 군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성폭행 혐의로 수사중이던 김씨의 월북 제보를 방치한 경찰도 후방 경계 실패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잘못을 시인해야 수정할 수 있다. 정상적인 경계활동을 강조하면서 우발적 사건으로 치부하면, 우발의 누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안보공백을 초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