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읍 배수로 낡은철책 틈새로 탈출" 구명조끼입고 한강 도강 추정
허술한 군 경계태세 거센 비판여론속… 정경두 국방 "무한책임 통감"


인천 강화도 월곶리를 통해 월북한 탈북민 A(24) 씨의 동선 일부가 군(軍) 감시망에 포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감시망에 영상이 포착되고도 북으로 넘어간 사실을 몰랐던 군의 허술한 경계태세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8일 "합참에서는 군 감시 장비에 포착된 영상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A씨의 월북 전후 행적이 군 감시장비에 찍혔다는 사실을 군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통상 군 감시장비의 경우 운용병 등이 녹화 영상을 실시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A씨의 행적이 감시 장비에 포착됐는데도 이를 놓쳤다는 사실을 군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와 함께 김 실장은 "군은 인천 강화군 강화읍에 있는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서 월북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철책 밑 배수로의 낡은 이중 장애물을 손쉽게 빠져나간 뒤 강 수위가 가장 높은 때에 맞춰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한강을 건넌 것으로 추정된다.

배수로는 철책 밑을 가로질러 한강으로 물이 흘러나가도록 설치된 형태로, 내부엔 일자 쇠창살 형태의 철근 구조물이 있다. 1차 장애물인 셈이다. A씨의 신장은 163㎝, 몸무게 54㎏으로 왜소한 체격으로, 철근 틈새를 손으로 벌려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철근 구조물을 지나면 2차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는 바퀴모양으로 된 윤형 철조망이 있는데, 이 역시 많이 노후화돼 왜소한 체구의 김씨가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장애물이 좀 오래돼서, 윤형 철조망의 경우 많이 노후화한 부분이 식별됐다"고 답했다. 이어 "장애물을 벌리고 나갈 여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경두 국방부장관도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 우리 군의 경계 실패를 질타하는 의원들의 목소리에 "모든 부분의 무한 책임을 국방장관이 지고 있다. 백번 지적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