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3월 인천녹색연합과 함께 덕적도를 찾은 적이 있다. 인천지역 5개 발전사(남동·서부·중부·남부발전, 포스코파워)가 인천시와 협력해 덕적도에 설치한 풍력발전기의 운영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현장을 가보니 덕적면 북리 능동자갈마당에 설치된 3㎾~10㎾의 소형 풍력발전기 14기 중 2~3기만이 간간이 바람에 돌아가는 수준이었다. 전기 생산량이 적고 균일하지 못한 탓에 주민들은 이곳에서 나오는 전기를 전혀 쓰지 못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면 전기를 싸게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기가 마을로 연결되지 않아 구경만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전기로 운영하기로 하고 무려 8억여 원을 들여 조성한 '덕적친환경홍보관' 역시 준공 후 1년이 넘도록 문이 닫힌 채 방치돼 있었다.
당시 5개 발전사들은 정부가 추진하던 '영흥~덕적 해저케이블'이 실현될 경우 덕적도의 신재생에너지를 육지에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부의 계획이 틀어지면서 사업비를 30억원으로 대폭 줄이고 발을 뺐다. 그러다 보니 타당성 조사 결과와 엉뚱한 방향으로 사업 축소·진행되며 결국 허울뿐인 바람개비가 된 것이다.
정부의 '그린뉴딜'으로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도권인 인천 앞바다의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어민보상, 주민협의는 물론 전선 케이블로 인한 경관 변화, 해양 환경 조사, 군사 지역 협의 등 고려할 것이 더 많다. 해상풍력발전기가 또 허울뿐인 바람개비가 되지 않으려면 사업을 모두 발전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그 과정에서 부처 간 긴밀한 협조, 전문가·시민과의 협의를 통해 좀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개입해야 할 것이다.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