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주변엔 거의 파타고니아 의류만 입는 지인이 있다. 몇 해 전 겨울, 양털이 붙은 파타고니아 조끼를 입고 나타난 그는 이제 티셔츠·벙거지 모자·반바지·후리스까지 파란색 파타고니아 딱지가 붙지 않으면 입지를 않는다. 그가 처음 입고 나타난 흰색 양털 옷은 실은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로 만든 옷이었다. 파타고니아 의류 재료는 재생 페트(PET)다. 2025년까지 제품 100%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게 파타고니아의 목표라고 한다.
파타고니아 마니아인 지인은 파타고니아에서 단순히 옷을 입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브랜드가 '섹시'하기 때문에 그 브랜드의 제품을 사게 된다. 파타고니아 창업주 이본 쉬나드는 자신과 브랜드를 소개한 책 제목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고 붙였다. "서핑에 매진하는 사람은 다음 주 화요일 오후 2시에 서핑을 하러 가는 계획을 잡는 게 아니라 파도와 조수, 바람이 완벽할 때 서핑을 간다…. 좋은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언제든 바로 나설 수 있는 근무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고 말한다.
자연을 해치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자유롭고 유연한 경영 철학을 적용해 국제적인 성공을 거둔 기업. 등반가와 서퍼가 만드는 최소한(미니멀)의 디자인이 적용된 옷. 파타고니아 디자인은 다른 게 아니라 그들의 철학이기에 산이 그려진 파타고니아 딱지 하나면 옷이 완성된다.
얼마 전 취재를 위해 찾은 재활용 페트 공장 마당에는 산더미처럼 재생 페트 재료가 야적돼 있었다. 국내 기업들이 재활용 페트를 사용하지 않아, 팔지 못해 쌓여 있는 재료였다. 환경을 살리자거나 지구를 지키자는 딱딱한 구호가 아니라 일부러 요구하지 않아도 절로 찾게 되는 '섹시한 재활용 제품'이 한국에서도 나오길 기대한다.
/신지영 경제부 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