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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할머니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운영법인 재산조성비로 26억 사용
정서적 학대·기록물 방치 정황도
후원자들 허탈… 반환요구 커질듯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집'이 지난 5년 간 후원금 88억원을 받고도 실제 할머니들을 위해 쓴 돈은 2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민관합동조사 결과, 드러났다.

11일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나눔의 집은 할머니들의 생활·복지·증언활동을 위해 후원금을 모금한다고 홈페이지 등에 홍보하고 여러 기관에도 후원 요청 공문을 발송해 지난 5년간 88억8천만원 상당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그러나 해당 금액은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양로시설 나눔의 집이 아니라, 이 나눔의 집을 운영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운영법인으로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법인을 중심으로 후원금이 운영되면서 실제 양로시설로 보낸 후원금은 2억원 정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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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이 생활하는 광주 나눔의집 생활관 전경. /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전체 후원금액의 2.3%에 불과하지만 이마저도 할머니들을 위한 경비가 아닌 시설운영을 위한 간접 경비로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할머니들의 나들이 또는 병원진료 등 직접 경비로 분류되는 금액은 단 800만원에 그쳤다는 게 조사단 측의 주장이다.

반면 운영법인의 재산조성비로는 약 26억원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조성비는 토지매입과 생활관 증축공사, 유물전시관·추모관 신축비, 추모공원 조성비 등으로 사용됐다. 남은 후원금은 이사회 회의록과 예산서 등을 참고했을 때 요양원과 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을 위해 비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이밖에 조사단은 할머니들에 대한 정서적 학대와 이들의 투쟁역사가 담긴 기록물 등이 방치된 정황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도는 향후 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세부 내용을 검토한 뒤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는 한편 사회복지사업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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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이 나눔의집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원자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후원금이 사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눔의집 등을 상대로 후원금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나눔의집 등 후원자 5명은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단체들을 상대로 후원금반환소송을 낼 계획이다.

자신을 역사교사라고 밝힌 한 소송 참가자는 "최근의 보도 등을 보면 기관의 평소 운영 실태가 사기에 가까웠다"며 "기부를 본보기로 보여주고자 학생들에게 홍보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고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이날 조사단 발표에 대해 '나눔의 집'을 운영하는 법인인 대한불교조계종 광주 나눔의 집 측은 "조사단에서 제기한 내용들이 많은 만큼 법인 차원에서 내용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