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페트·띠지에 정보 표기… 접착제 잔여물 남으면 품질 저하
"옷감 활용하려면 순수한 투명만 가능…원료 일본서 수입하는 실정"
친환경을 경영 철학으로 내세우는 굴지의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오히려 재활용을 막는 일회용 페트 제품(7월 13·14·15일자 '도시유전' 페트병을 살리자 기획보도=['도시 유전' 페트병을 살리자·(上)]유전 채굴 무심한 대기업)을 사용하고 있다.
투명 플라스틱은 띠지(라벨)가 없어야 의류용 고품질 재활용 재료로 사용될 수 있지만, 제품 정보가 표기된 라벨을 붙이고 거기에 펜으로 각종 정보까지 표기하고 있어 재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12일 기자가 구매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표면에는 옅은 녹색의 라벨이 붙어 있었다. 라벨 위에는 'Decaf'(카페인 유무), 'Shots'(에스프레소 샷 추가), 'Syrup'(시럽 추가), 'Milk'(저지방·무지방·두유 등), 'Custom'(개별 요청 사항) 등과 음료의 이름이 표기돼 있다.
스타벅스는 음료에 베이스가 되는 우유의 종류를 바꿀 수 있고 샷 추가나 카라멜 등 드리즐도 선택할 수 있어 소비자 입맛에 맞게 주문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이런 주문 사항은 일회용 컵에 붙은 라벨에 표기돼 소비자에게 제공된다.
라벨지 자체는 재활용 원료지만 역설적이게도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제품이다. 스타벅스는 'FSC MIX' 인증을 받은 라벨지를 사용하는데 이 인증은 라벨지가 목재와 재활용 원료를 혼합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활용 라벨지지만 강한 접착제를 사용한 탓에 일회용컵에서 이 라벨지를 분리하기가 어렵다. 라벨지를 분리하지 않고 음료를 버리게 되면 페트로 분류해 재활용 기계로 들어가더라도 의류용 원사를 만드는 고품질 재료를 만들 수 없다.
최종 재활용 공정에서 강풍기를 이용해 비중이 다른 타 물질을 날리는 식으로 순수한 페트만을 남겨두는데 접착제가 붙은 라벨은 일일이 사람이 손으로 떼지 않는 이상 분리가 어렵고 특히 떼더라도 접착제 잔여물이 남으면 품질이 저하된다.
지난 2018년 기준 스타벅스의 한 해 매출은 1조5천억원으로 이를 4천100원 짜리 아메리카노로 환산하면 점포 1곳당 매일 830잔 이상의 아메리카노를 판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모든 매출이 커피에서 나온다고 가정한 것이지만, 매일 최소 수백개 이상의 일회용컵이 배출된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옷감으로 활용이 가능한 고품질 재생 페트는 겉에 붙어 있는 게 없는 순수한 투명 페트를 재활용해야만 만들어 낼 수 있다"면서 "한국은 라벨이 붙어 있는 페트가 대부분이라 고품질 재활용 페트 원료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