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발생한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를 취재하며 들은 이야기는 '도시 괴담'에 가까웠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한 차량에 부딪힌 주민. 정신을 잃고 쓰러져 뒤늦게 눈을 떠 보니 운전자는 보험사 직원과 통화한다고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사고로 다친 보행자가 직접 경찰에 신고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현행법상 도로가 아닌 아파트 단지는 교통사고 '사각지대'로 방치되면서 이에 따른 운전자들의 경각심도 느슨해지는 모습이다. 도로가 아니라 과속은 물론,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 등이 적용되지 않아서다. 교통사고 현황과 유형을 집계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도 도로가 아니라 별도 조사를 하지 않다 보니 사고 유형은 물론, 현황 집계조차 어렵다. 실제로 보험개발원이 2017년 발생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400만 건 중 아파트 등에서 발생한 사고가 16.4%를 차지했다.
제도의 공백 속에 운전자들도 이 같은 사고를 안일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교통사고 조사를 담당하는 경찰들도 "비슷한 상황이라도 아파트 단지 내 사고의 경우 일반 도로에서 발생한 것과 달리 운전자들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며 "종합 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보험 처리만 하면 간단히 처리되는 일이라고 보는 경향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차량에 보행자가 튕겨 나가 정신을 잃어도 아무런 조치 없이 책임을 회피할 방법부터 찾는 상황. 아파트 단지 내라고 해도, 최소한 교통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책임감을 높일 수 있는 기준이 서둘러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박현주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