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에게 뇌물을 주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다고 피고인을 부추겨 돈을 내놓게 한 변호사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김미경)는 14일 오후 1시50분께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변호사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검사 구형과 동일한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천500만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는 변호사로 사회정의 실현을 망각하고 형사소송으로 기소된 피고인의 궁박한 사정을 이용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이어 "선처를 구하기 위해 판사에게 선물이나 금품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는 정도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사건 담당 판사를 만나 집행유예 판결을 해주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거나 담당 판사 뿐 아니라 선후배 판사 등 주변 판사들과 약속을 잡았다고 속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법원은 담당 판사가 구체적인 형벌을 피고인과 거래한 것처럼 오인하게 한 점에 대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피고인은 2007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며 국회의원 출마 등 다른 사회 활동 이력이 있다. 재판부는 이런 피고인의 배경에 비춰 사법 분야에 있어서 의뢰인 등 일반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 때문에 책임이 더욱 무겁다고 강조했다.

A씨와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B씨 등은 사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월10일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5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 등은 지난 2018년 8월 집행유예 폭력 전과가 있는 공무집행방해 혐의 피의자 C씨 등에게 담당판사에게 돈을 주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다고 하고 합계 1억8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함께 선고 공판에 나온 검찰 수사관 D씨는 특정범죄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와 형사사법절차 전자화촉진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D씨는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해왔지만,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5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D씨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흐느꼈다.

재판부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계속 번복된 점, 검찰에서 제출한 거래내역과 사건조회 내역, 신용카드 내역 만으로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사건 정보 조회는 당직 업무나 담당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전부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