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가 24일 시립화장시설 최종 후보지로 여주시 능서면 인근인 부발읍 수정리(산11-1 일원)를 선정, 발표하면서 화장시설 건립을 둘러싼 이천시와 여주시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2010년 화장시설 건립을 추진하다 주민 반발로 무산된 경험을 갖고 있는 이천시는 원정 화장에 따른 시민 불편 등이 계속되자 지난해 5월 시립화장시설 건립계획을 수립, 100억원의 인센티브를 내걸고 공모를 추진했다. 그 결과 율면 월포리와 호법면 안평리, 장호원 어석리, 부발읍 죽당리, 수정리, 고백리 등 6개 마을이 유치를 신청했다.

공사비 약 95억원이 투입될 시립화장장은 지하 1층, 지상 2층(건물 연면적 3천㎡) 규모로, 화장로 4기가 설치된다. 2022년 완공이 목표다. 화장시설이 들어서는 마을에는 마을회관 건립 등 주민숙원사업에 쓰여질 100억원의 인센티브가 지원된다. 또 커피숍 등 화장장 부대시설 운영권, 화장수수료 면제 등의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정작 반발은 다른데서 터졌다. 부발읍의 3개 후보지역과 인접한 여주시 능서면 주민들이 환경·경제·정서적 피해가 예상된다며 화장시설 입지 불가를 주장하며 나선 것이다. 여주시와 여주시의회도 주민 편을 들어 반대에 동참했다. 결국 이천시는 당초 7일 예정됐던 최종 후보지 발표를 미루고, 여주시와 협의기구를 구성해 22일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여주시의 절대 불가 입장 고수로 결렬됐다.

여주시민들도 그동안 지역내에 공설 화장시설이 없어 원거리 이동과 높은 사용료 부담 등의 불편을 겪은 경험을 갖고 있다. 현재는 지난해 3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3개 시·군(여주시·강원 원주시·횡성군) 공동 광역화장시설(원주 소재)을 이용하고 있다. 이 광역화장시설은 2017년 국민통합 우수사례 공모에서 지역상생분야 우수상을 받아 지자체들의 상생협력 모범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이웃사촌인 이천시와 여주시, 그 어느 때보다 상생협력이 필요한 시기다. 이천시는 여주시민이 반대하는 이유를 경청하고 이를 해소할 대안을 제시해 설득할 필요가 있다. 여주시도 이천시민에겐 절실한 화장시설 건립을 인정하되 지역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고 갈등 종식에 나서야 한다. 이천, 여주 시민들은 생활권과 문화를 공유해 온 역사가 있다. 진심 어린 대안을 내놓고 머리를 맞대면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