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501001024900053451.jpg
나눔의 집 역사관 외벽에 걸린 현수막의 모습. /다산인권센터 제공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광주 '나눔의 집'에 인종차별적인 현수막이 게시돼 시민단체가 항의에 나섰다.

지난 21일 나눔의 집 역사관 외벽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계시는 곳에 일본인 직원이 웬 말이냐'는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됐다. 현수막에는 '나눔의집 운영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회'라고 명시돼있었다.

현재 나눔의 집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총 9명으로 그 중 한 명이 일본인이다. 해당 직원은 지난 2003년 처음 나눔의 집과 인연을 맺었다. 일본인들도 나눔의 집을 다수 찾는데,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없어 급기야 이곳에 머무르던 피해 할머니들이 이들 방문객을 안내하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일본인 직원을 채용한 것이다. 나눔의 집 문제를 고발한 직원 7명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직원을 겨냥한 현수막이 걸린 것이다.

이에 25일 다산인권센터는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하는 나눔의 집에 인종차별 현수막이 웬 말이냐'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역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본 국적의 직원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의 반평생을 바친 사람으로 최근 나눔의 집과 관련된 의혹을 밝힌 공익제보자 중 한 명"이라며 "이 직원의 개인사와 무관하게 현수막의 내용은 명백하게 인종차별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나눔의 집 측은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가족이 게시한 것이기 때문에 (나눔의 집과는) 관련이 없다고 하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하는 나눔의 집에 인종차별적인 현수막이 게시됐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법인의 무책임한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나눔의 집 문제를 고발한 직원들은 현수막 게시 행위를 차별 행위로 규정, 경기도인권센터에 구제 신청을 했다. 한편 현수막은 지난 24일 철거됐다. 

/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