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텅빈 의료기구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을 계속하기로 한 30일 오전 경기도내 한 종합병원에 휠체어 등 의료기구가 놓여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강력 선후배 문화 속 '자발적' 포장
"국민 상대로 힘자랑 아닌가" 비판
"정부, 지방 환경조성 비전 보여야"
의료공백 기형적 구조 개선 주장도

"약자들의 피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내부 분위기… 파업이 중단돼야 할 이유입니다."

정부와 의료계 갈등 속에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등 의료계가 총파업을 강행하는 사이, 경기도 내 한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전공의가 '파업 중단'의 목소리를 냈다.

A씨는 최근 총파업 동참으로 의사 가운을 벗었고, 환자를 등지고 병원을 나와야 했다.

지난 29일 기자가 만난 A씨는 '선배들이 하니까, 후배들을 위해서' 라는 말로 총파업에 동참했는데, 이제는 파업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마저 강경한 발언을 하고, 반대발언은 묵살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동료가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대화도 할 수 없는 분위기"라면서 "단체행동으로 사직서도 제출하라고 했는데, 강력한 선후배 문화 속에서 비자발적 행동이 자발적 행동으로 포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파업의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가고 있고, 앞세워진 전공의와 의대생이 희생되고 있다면서 파업의 중단을 강조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판에는 눈을 감고 있다. 의사는 어차피 욕을 먹으니 원하는 것을 얻고 욕먹자는 건데, 이는 결국 시민을 상대로 힘자랑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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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을 계속하기로 한 30일 오전 경기도내 한 종합병원에 휠체어 등 의료기구가 놓여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명령에 대해서도 시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회가 만든 방어선이지만, 의사단체는 부당한 통제로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결국 파업이 의사들의 요구대로 끝난다면 '시민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도록 의료행위를 허가한다'는 면허의 본질이 투쟁의 도구로 변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부의 정책을 불완전한 정책이라면서도 대화를 통해 합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A씨는 "인프라 구축 없이 의사만 늘린다는 것은 문제다. 정부는 지방에 가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고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면서 "그러나 투쟁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고, 무조건 정부 정책 철회만을 주장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와 간호사분들께 죄송하다. 전공의가 없는 빈자리를 대신하는 간호사들은 환자를 앞에 두고 자신들의 면허 외 행위까지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분명 전공의가 빠졌다고 해서 의료 공백이 생기는 기형적인 구조는 인정하고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