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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용인시 기흥구의 한 하천 주변 우수토구에 설치된 우수토실. 평소 열려있어야 할 수문(빨간원)이 닫혀 있어 사실상 기능을 못 하는 데다 이물질까지 잔뜩 끼어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오수·빗물구분 '수문' 외부요인 취약
공무원 시설 수동제어… 제기능 상실
정부, 지자체 관리강화 '대책 필요'

미처리 하수 발생의 주원인인 합류식 하수관로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경기도내 지자체가 적지 않은(8월 28일자 8면 보도='빗물-오수 분리' 하수관로 정비 20년째 지지부진) 가운데 정부가 이에 대한 지자체의 관리 의무를 더 강화하는 법률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하수처리장으로 이동하는 오수에 빗물이 섞이지 않도록 해 미처리 하수를 줄여주는 경기지역 곳곳의 우수토실마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30일 환경부에 따르면 경기지역을 포함한 전국 기초 지자체가 하수도정비기본계획을 세울 때 '강우 시 하수(미처리 하수)'에 대한 수질·수량을 관측하고 관리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하수도법 개정안을 지난달 17일 국회에 제출했다.

높은 강수량에 따른 하수처리시설 용량 초과 등 이유로 정수 과정 없이 하천에 방류되는 미처리 하수의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미 미처리 하수를 줄이기 위해 설치돼 있는 도내 곳곳의 우수토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수토실은 강우 시 빗물이 하수처리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오수와 섞이지 않고 하천으로 방류되도록 하는 시설이다.

그런데 지난 28일 용인시 기흥구의 3곳 우수토실을 찾아가 보니 오수와 빗물을 분류하기 위한 수문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거나 이물질에 막혀 있었다. 도내 서부지역의 한 공단지역은 90여곳 우수토실 중 수문이 12곳밖에 설치돼 있지 않았고 평시 오수의 하천 방류를 막기 위한 월류턱도 16곳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수토실 내 오수와 빗물을 분류해 주는 수문 시설이 수동 제어 방식이다 보니 작은 외부 요인에도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관할 공무원이 직접 현장에 나가 수문을 여닫거나 수압으로 작동되는 방식이어서 외부 요인에 취약하다"며 "원격으로 우수토실 수문 등 하수도 시설을 모니터링하고 자동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하수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이 남아있어 언제 시행될진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각 지자체가 부담할 수 있는 추가 비용 등 문제가 있지만 미처리 하수로 인한 수질 관리 측면에서 꼭 필요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