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땐 블랙리스트에" 내부증언
"취소 않으면 추후 불이익 소문도"
전체 89% 거부… 정부, 조사나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가 의사국가실기시험(이하 국시)을 앞둔 의대생들에게 국시 응시 포기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31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 등에 따르면 오는 8일 실시되는 제85회 의사국가실기시험 접수자 3천172명 중 89.3%인 2천831명(지난 28일 오후 2시 기준)이 국시원에 응시 취소 및 환불 요청서를 제출했다.
국시는 1년에 한 번 치러진다. 응시 포기자는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없어 내년 시험 전까지 인턴·레지던트 근무는 물론 어떤 진료행위도 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의대협이 국시 거부 설문을 실명 투표로 진행하는 등 의대생들에게 국시 거부를 종용한 정황이 일부 의대생의 증언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한 지방의대생 A씨는 지난 14~17일 의대협이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에게 국시 거부와 동맹 휴학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참여자의 학교·학번·이름 등 신상정보를 필수 제출하게 했다고 증언했다.
이로 인해 국시 응시 거부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블랙리스트'로 일부 학교에서 신상 정보와 함께 공유됐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18일엔 일부 학교에서 국시 거부 반대자·설문 미참여자를 따로 분류해 실명으로 재투표를 실시했는데, 이 때 학생 대표 등이 재투표 대상자에게 개별 연락해 투표 참여를 독촉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의대 본과 4학년생 B씨 역시 "학교 대표 등이 국시 응시를 거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메신저에 지속적으로 배포했고, 국시 응시를 취소하지 않을 경우 추후 학교나 병원 생활을 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학교 내부에 공공연하게 퍼졌다"고 증언했다.
이에 정부 역시 의대생들의 집단 국시 취소에 대해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시 응시 취소 신청서가 학생 자의로 작성된 것인지 개별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취재진은 일부 의대생의 국시 거부 종용 주장과 관련해 의대협에 사실 확인을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