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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여자친구의 옛 남자친구 일행의 '결투 제의'에 흉기를 소지하고 나갔다가 일행 중 1명을 살해한 2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여주시에 사는 A(20)씨는 지난 4월19일 오후 9시께 용인시의 한 자동차전용극장에서 여자친구인 B씨와 영화를 보다 B씨의 옛 연인 일행의 전화를 받았다.

B씨의 옛 연인 일행은 A씨에게 "네 여자친구 전 남자친구랑 같이 있다. 와서 싸워서 이기면 여자친구 얘기를 하지 않겠다"며 도발했다.

화가 난 A씨는 B씨의 옛 연인인 C씨와 싸우기로 결심하고 자정께 이들 6명이 모여 있는 여주시 가남읍으로 향했다. 여럿이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하고 위압감을 느낀 A씨는 조수석 서랍에 보관하던 흉기를 꺼내 허리춤에 넣었다.

C씨의 친구인 피해자 D씨가 "왜 내 친구한테 그러느냐"며 주먹을 휘두르자 A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 D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4시간 뒤 복강 내 혈관손상, 장파열 등으로 숨졌다.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는 "사망 사실은 인정하나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부(부장판사·이병삼)는 지난 27일 A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비록 피해자 일행으로부터 도발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흉기를 미리 소지했고, 일행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별다른 방어 행위 없이 곧바로 흉기를 휘둘러 사망에 이르게 한 점 등을 근거로 죄질이나 범죄 정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당시 피고인은 D씨를 찌른 이후에도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상당 시간 흉기를 들고 여자친구의 옛 연인 일행을 쫓아다니며 위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만 19세의 젊은 청년이 세상에 그 뜻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갑작스럽게 고통을 받으며 삶을 마감했다"며 "피해자 유족들은 피해자의 어처구니없고 참혹한 죽음 앞에서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애초부터 확정적, 계획적으로 사람을 살해하려고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므로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범죄사실을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검찰의 전자장치 부착명령과 보호관찰명령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재범위험성이 중간 수준 정도로 평가됐고 재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장래에 다시 살인범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부착명령청구 등을 기각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