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주면 건설현장 불법 작업을 묵인하고 부정적인 기사를 작성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1억여원을 받아 챙긴 경제지 기자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김미경)는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서울 소재 경제신문 기자 A(51)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 추징금 1억700만원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15~2017년 수원시의 한 환경 매체 수원지부 소속 기자로 활동하다 2017년 서울 소재 경제신문으로 이직했다.

수사기관은 A씨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취재하고 보도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취재 관련 특혜나 편의, 금품 등을 제공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구체적으로 A씨는 2016년 초 화성시의 한 공사현장에서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해 스프레이 분사 방식으로 도장공사를 하던 건설업자에게 기자 명함을 건네주고 부정적인 기사를 작성하지 말라는 부정 청탁을 받으면서 400만원을 송금받는 등 지난해 3월까지 총 18회에 걸쳐 7천8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거제시 덕포동의 신축공사 현장에서 스프레이 분사 방식으로 도장 공사를 하던 또 다른 건설업자에게 기자 신분을 내세우며 동일한 수법으로 4회에 걸쳐 2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A씨는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의 아파트 공사현장의 비산먼지 문제를 빌미로 금품을 받고, 다른 기자들을 막아달라는 건설업자의 부정 청탁에 응해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년간에 걸쳐 부정 청탁과 함께 합계 1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며 "기자 업무의 공정성을 해치고 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손상시키는 행위로 범행 중 일부는 피고인의 적극적인 요구에 의해 이뤄진 것이므로 엄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 더 이상 환경 관련 기자로 근무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금품을 건넨 건설업자들이 피고인 처벌을 원치 않는 점,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나 관행에서 상당 부분 비롯된 점 등을 아울러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