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종료 이틀만에 뒤집기 시도
"주민반발 철수… 협의 대상 아냐"


입소자 무단이탈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지정 해제된 인천 영종도 해외 입국자 대상 임시생활시설에 대해 정부가 운영 종료 이틀 만에 재지정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임시생활시설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국장급 간부는 2일 인천 중구 영종도가 지역구인 미래통합당 배준영 의원을 만나 최근 지정 해제된 임시생활시설의 재운영 현안을 두고 논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보건복지부 측은 시설 운영을 반대해왔던 영종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으면 재지정이 가능한지 등을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코로나19 관련 방역 강화를 위해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 동안 자가격리를 실시하고 있는데 특정 주거지가 없는 외국인들은 인천공항 인근의 임시생활시설에서 머물고 있다. 복지부는 인천 영종도의 로얄엠포리움호텔과 그랜드하얏트호텔 등 2곳을 시설로 지정해 지난 6월부터 직접 운영해 왔다.

하지만 로얄엠포리움호텔에서 외국인 입소자들이 무단으로 이탈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호텔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불안을 호소하며 지정 해제를 촉구했다.

결국 복지부는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던 시기였던 8월 11일 로얄엠포리움호텔에 대한 지정 해제 의사를 밝혔고, 8월 말 입소자가 모두 퇴소하면서 관련 인력과 장비도 모두 철수했다.

이런 와중에 광복절을 계기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해 자가 격리자에 대한 임시생활시설의 수용 인원 확대 필요성이 논의되자 복지부가 로얄엠포리움호텔 재지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호텔 측이 그동안의 숙박·행사 예약 취소와 앞으로의 매출 부진 등을 문제 삼으며 복지부에 대책을 요구하면서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생활시설은 지자체가 아닌 복지부가 직접 지정해 운영하는 시설이지만, 지역 여론을 무시한 채 강행할 경우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운영을 종료한 지 이틀 만에 손바닥 뒤집듯 재지정을 추진하는 오락가락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배준영 의원은 "무단 이탈 사고에 따른 주민 반발로 철수를 한 상황에서 며칠 만에 이를 뒤집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협의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며 "이미 재지정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복지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