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평촌역 인근 '룸2칸' 소규모 업소, 5월부터 사실상 '개점휴업'
25년 장사 60대 업주, 약물 복용… 동생 깼지만 언니는 영영 하늘로

안양 평촌서 25년간 장사를 해 오던 60대 자매가 코로나 19로 인한 경영난에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겨줬다.

2일 오후 안양장례식장 한편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의 무게에 눌려 스스로 삶을 내려놓은 한모(67·여)씨의 큰 언니와 막내 동생 등 가족들이 텅 빈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한씨는 꽃으로 둘러싸인 영정에서야 비로소 잃었던 미소를 되찾아 해맑게 웃고 있었다.

한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40분께 안양시 동안구 평촌역 인근 자신이 운영하는 한 업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동업하던 여동생(62)과 함께 전날 수면성분이 있는 약을 다량 복용,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이다.

막내 동생은 이날 언니들에게 보낸 메신저의 문자 앞 숫자 '1'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자 이상하게 느껴 업소를 찾아가 수차례 문을 두드렸고, 간신히 들어간 가게에서 두 언니를 발견했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셋째 동생은 깨어났지만 언니 한씨는 결국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빈소를 지키던 막내 동생은 고인의 선택과 관련, "프랜차이즈 커피 한잔 사먹지 않던 사람이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며 빚이 억대로 늘어났다"며 "살기 위해 그동안 진 빚에 코로나19 이후 수입도 없이 가게 월세, 각종 세금은 물론 출퇴근 기름값 등 빚만 쌓여 갔고, 은행권 대출마저 안되니 카드 돌려막기로 살아갔다"고 털어놨다.

숨진 한씨가 운영하던 노래바는 룸 2칸 짜리 소규모 업소인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지난 5월10일부터 7월6일까지 8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이어 8·15 집회를 기폭제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지난 8월18일부터 별도 해제 지시가 없는 현재까지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진 상태여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한씨는 특히 '유흥'이라는 이유로 소상공인 대출도 못 받으면서 운영난이 갈수록 커졌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경기도지회 안양시지부의 회원인 고인은 이에 운영난을 덜 수 있도록 시가 지원에 나설 것을 요청하는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한씨는 코로나19로 생활고가 가중되면서 힘들게 운영하던 가게를 정리하는 등 살아갈 궁리를 했지만 결국 방역단계 2.5단계 격상은 한씨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셈이 됐다.

막냇동생은 "얼마나 힘들었으면 독실한 천주교 신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겠느냐"고 울먹였다. 장례식장 구석진 빈소에 놓여진 십자가만이 고인이 된 한씨를 위로하고 있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