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에서 무인헬기를 통해 항공방제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농촌진흥청 제공

20여년간 계속 해오다가 올해 중단
신청해야 방제 받을수 있게됐는데
市, 고지 제대로 안해 농민들 원성
벼잎마름병까지 발생… 농가 시름


화성시가 수십 년간 이어 온 항공방제를 올해부터 중단하면서 지역 농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ositive List System, 이하 PLS)에 따라 항공방제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인데, 시가 이를 사전에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농민들이 방제 시기를 놓쳤고 이 때문에 수확기 '벼잎마름병'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PLS는 사용 가능한 농약을 정한 뒤 잔류기준 내에서만 사용을 허가한 제도인데, 농약이 사방에 흩날릴 수 있는 전면적인 항공방제는 어려워진다.

항공방제는 지난 20여년 간 계속돼 왔는데, 지난해에는 PLS의 도입으로 전체 농지 1만8천907㏊(189.07㎢) 중 절반가량 줄여 9천512㏊(95.12㎢)에 진행됐다.

올해부터는 이마저도 멈추고, 항공방제의 대안으로 제시된 육모상처리제로 육상 방제를 하기로 해 각 읍·면사무소에서 육모 신청을 받았다.

시는 1차로 못자리를 만들 때 초기 벼 병해충 약제인 육묘상처리제를 보급해 방제한 뒤, 2차로 미흡하거나 노린재 피해가 생기는 곳을 중심으로 드론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매년 시가 항공방제를 알아서 해온 것과 달리, '신청을 해야 방제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뀐 것을 전혀 모른 채 항공방제 중단 소식조차 제대로 듣지 못한 농민들은 올해 방제 시기를 완전히 놓쳤다.

화성시 장안면 장안뜰(남양호)에서 벼농사를 짓는 유금수(90)씨는 "올해 항공방제를 안 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며 "미리 알려줬으면 사비라도 들여서 개인 방제를 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더욱이 육묘상처리제가 7월이면 효력을 다해 정작 수확기인 8~9월엔 벼가 병충해에 방치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면서 농민들의 불안은 커졌다.

실제로 일부 논에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바람이나 침수로 상처 난 벼 잎에 병균이 침투해 말라죽는 '벼잎마름병'이 발생하기도 했다. 수확기 벼에 가장 치명적인 병 중 하나다.

농민 김영수(50)씨는 "가뜩이나 올해 비가 많이 와서 일조량이 적었고 태풍에 바람도 거셌는데 방제도 놓쳐 큰일"이라고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항공방제 대신 21억원을 들여 육묘상처리제를 사용해 모내기 때 방제를 마쳤다"면서도 "여기저기서 농민들이 불안해하는 만큼 내년엔 지역별 자체 방제 방식으로 전환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