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등 악재 예년보다 가격 폭등
배추 포기당 작년 5천→1만5천원
손님 대폭 감소… 상인들 '울상'
"사과 한 개가 4천원이라니, 아예 내일 새벽에 공판장 가서 사야겠어요."
9일 수원의 한 마트에서 여느 때처럼 장을 보던 70대 초반 전모씨가 한숨을 쉬었다.
이날 전씨는 소고기, 상추, 두부와 사과를 사러 집 근처 마트를 찾았지만 장바구니를 다 채우지 못했다. 소고기는 평소보다 20%, 상추는 40% 가까이 오르는 등으로 예산이 초과 돼서다.
지난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신선채소와 신선과일 가격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8.6%, 7.2% 올랐다. 장마가 7~8월에 걸쳐 역대 최장 기간 나타나며 일조량이 부족해 상추, 깻잎, 오이, 애호박 등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포기당 5천원이었던 배추 가격은 올해 11주 연속 상승해 1만5천원으로 3배 가량 올랐다. 재배면적이 7% 줄어 생산량이 평년 대비 10% 감소하면서 도매가격이 평년 대비 38%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손님이 대폭 줄면서 상인들은 울상이었다.
수원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입주한 과일동 가게 93곳은 원래 오전 11시께 도매상에게 과일을 다 팔고 장을 정리했어야 하지만 오후 2시가 넘도록 단 한 곳도 들어가지 못했다.
상인 A씨는 "봄에는 냉해 맞아, 여름엔 비 피해 봐, 사과가 들어오는 양이 30~40% 줄면서 가격도 그만큼 올라서 도매상이 아무도 안 사간다"며 "이 시간엔 기껏해야 1~2박스 사가는 소매 손님밖에 없지만 재고 처리를 해야 하니 다들 남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트 역시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수원 축협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지난 7일 35개 품목을 들여왔지만 채소를 중심으로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 행사 상품으로 뭘 내놓아야 할지 고심하고 있었다.
특히 과일은 가격이 2배 가까이 올라 포도, 복숭아, 사과 등 3개 품목만 팔고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고랭지배추와 무의 가격 인상에 대비해 정부비축물량과 출하조절물량 수천t을 풀고 채소가격안정제를 운영해 수급을 안정시킬 것"이라며 "9월 중하순 출하량은 평년 수준으로 회복돼 추석 전에는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