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에 따라 20여년 간 이어 온 항공방제를 올해부터 전면 중단한 것은 불가피한 행정조치였다.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는 국내에서 사용등록이 됐거나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된 농약 이외의 농약은 원칙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0여 작물에 460여 종의 농약이 사용되며, 농약 잔류허용 기준은 총 7천600여개에 달한다. 벼는 190개, 고추는 210개, 사과는 151개의 농약 잔류허용기준 규제를 받는다.
이 제도에 따라 항공방제가 제한받는 이유는, 작물별로 상이한 사용 농약과 농약 잔류허용 기준 규제를 무용지물로 만들기 때문이다. 공중에서 농약을 비산시키는 항공방제의 특성상 방제 목적 작물은 물론 인근에서 경작 중인 다른 작물에도 뿌려진다. 이렇게 되면 특정 작물의 방제효과를 위해, 다른 작물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화성시가 지난해 전체 농지 1만8천907㏊(189.07㎢) 중 9천512㏊(95.12㎢)로 줄여 항공방제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 전면 중단한 이유다.
다만 그 이후가 문제다. 가뜩이나 농촌 인력이 '70살이면 막내' 일 정도로 고령화된데다, 지난 20여년 간 항공방제를 계속해 왔기 때문에 화성시 벼농사 농민들은 올해도 당연히 항공방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화성시는 여기까지 생각했어야 했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대책을 마련해 사전 고지와 홍보를 했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화성시는 항공방제 대안으로 각 읍·면사무소에서 육모 신청을 받아 육모상처리제로 육상방제를 하고 2차로 미흡하거나 노린재 피해가 생기는 곳을 중심으로 드론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전부였다.
경인일보가 만나 본 화성 농민들은 항공방제 중단 소식을 들은 바 없다고 했다. 그나마 육모상처리제 역시 약효가 7월 이전에 다 떨어졌고, 항공방제 중단으로 유난히 장마 기간이 길었던 올해는 방제시기를 놓쳐버렸다고 한다. 결국 한창 무르익을 수확기에 '벼 잎마름병'의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화성시는 뒤늦게 "농민들이 불안해하는 만큼 내년엔 지역별 자체 방제 방식으로 전환도 고려 중"이라고 해명했다. 농민들은 이마저도 마치 남 이야기 하듯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농사를 평생의 업(業)으로 살아온 고령의 농심을 헤아리지 못한 화성시의 행정이 아쉽다.
[사설]농심 멍들게 한 화성시의 무사안일 행정
입력 2020-09-08 20:11
수정 2020-09-0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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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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