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분양하는 수도권 지역 공공택지개발지구 내 공동주택부지의 30% 가량을 특정 5개 건설사가 독식했다는 시민단체의 조사결과가 지난달 발표됐다. 통상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특정사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필지를 확보할 수 있는 비결은 '페이퍼 컴퍼니'라고 관련 업계는 입을 모은다. 유령 업체들을 내세워 당첨 확률을 높이는 수법이다. LH가 특정 업체의 과점을 막기 위해 추첨제를 하자 꼼수로 대응해 특정 소수 업체가 전국 공공택지를 독식하는 것이다. 제도 개선을 통해 부작용을 줄여달라는 업계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하남 교산·남양주 왕숙·인천 계양·과천 과천 등 수도권 3기 신도시는 내년 말 조성공사를 시작해 2021년 공동주택용지 매각이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공급되는 24만호 가운데 6만호는 사전 청약을 통해 조기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건설업체들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는 반응이다. 타 지역 업체들의 독식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이다. 경실련이 발표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LH가 분양한 아파트 용지의 낙찰 현황에 따르면 5개 건설사가 전체 473개 필지의 30%인 142개 필지를 분양받았다. 회사별로는 중흥건설 47개, 호반건설 44개, 우미건설 22개, 반도건설 18개, 제일풍경채 11개 등이다.

수도권 업체들은 LH가 시행 중인 추첨 방식이 계속되면 3기 신도시 내 공동주택용지도 이들 업체들이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페이퍼 컴퍼니'를 앞세운 물량 공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 업체들은 입찰 때마다 수십 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앞세워 압도적인 수적 우세를 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추첨방식을 바꿔야 중소 업체들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설계 공모방식이나 업체 간 컨소시엄 구성 등이다.

수도권 3기 신도시는 보상비만 30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현행 방식으로는 수도권 업체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 타 지역 업체들이 또다시 독식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더구나 공동주택부지에 대한 추첨방식은 이미 부작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도 개선이 절실하고도 시급하다. LH는 새 방식 도입을 준비해 시행해야 한다. 이번에도 추첨 방식으로 분양한다면 특정 업체 봐주기라는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