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희귀질환에 걸린 노동자가 법원 판결로 16년 만에 산업재해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손성희 판사는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시신경 척수염에 걸린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97년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한 지 7년 만인 2004년 '급성 횡단성 척수염' 이라는 시신경 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시신경 척수염은 시신경이나 척수에 염증이 생겨 시력 저하, 사지 마비,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초래하는 병으로, 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

2005년 퇴사한 A씨는 지난 2017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지만, 공단은 A씨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산재로 승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질병을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손 판사는 "A씨가 근무하던 당시 공장의 작업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공기를 타고 전체 공정의 유해물질이 순환된 점, A씨의 근무환경이 발병이나 진행을 촉진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 지킴이(반올림)는 "노동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며 직업병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근로복지공단의 관행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