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은 지난 14일 안양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낸 '의장 및 각 상임위원장에 대한 선임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본안사건 판결 선고일로부터 20일까지 직무를 이행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의장과 상임위원장이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받은 것은 수도권에서는 처음, 전국에서는 2016년 공주시의회에 이어 두 번째다.

안양시의회는 지난 7월3일 258회 임시회를 열고 제8대 후반기 의장을 선출했다. 이날 투표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이 모여 정맹숙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하기로 하고 의원마다 투표용지에 의장 후보 이름을 적을 위치를 정했다. 선거 결과 민주당 의원 12명 중 10명이 정맹숙 후보자 이름을 투표지 특정 위치에 적은 것이 확인됐다. 민주당 의원들의 담합행위는 이날 회의를 녹음한 녹취록과 회의록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과거 다른 기초의회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야당과 연합해 당론에서 정하지 않은 후보를 선출한 경우가 많아 이탈표를 방지하기 위해 투표용지에 후보 이름을 적을 위치를 정한 것뿐"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이후에도 논란이 거세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기명투표는 정치적 논의일 뿐 합의한 것이 아니다. 어떤 것도 확인할 수 없다"는 모호한 말로 사실을 부인했다. 결국, 야당에 이어 시민단체까지 나서 문제를 제기하자 지난달 초 경찰이 수사에 나서 안양시의회를 압수수색 했고, 야당이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해 재판으로 넘어가게 됐다.

세간의 비판이 쏟아지는 동안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지나간 일에 얽매이지 말고 일하는 의회가 돼야 한다. 소속된 상임위에서 열심히 활동하겠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로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 정맹숙 의장도 "8대 후반기 의회 운영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사퇴가 문제 해결 방법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며 에둘러 사퇴를 거부했다.

안양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법을 어기고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의장을 선출했다. 누구보다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고 수호해야 할 의원들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것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국회나 대다수 기초의회에서 절반을 넘는 더불어민주당의 오만과 방자함이 유권자를 업신여기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당론을 수행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해명은 법을 어겼다는 자백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