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21일부터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방임·학대 여부 조사에 나섰다. 전국적인 전수조사로 대상 아동이 7만여명에 달한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코로나19로 각급 학교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면서 방임되거나 학대받는 아동들을 찾아내 지원함으로써 돌봄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나섰다. 아울러 돌봄 사각지대를 정책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관련 기관의 협조를 요청하고 제도화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가 갑자기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인천 미추홀구 초등학생 형제의 안타까운 화재사고에 여론이 집중한 데 따른 것이다. 초등학생인 두 형제는 엄마가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중상을 입었다. 이후 엄마의 방임 의혹이 제기되고, 지자체·아동보호전문기관·법원 등이 두 형제를 보호할 수 있었던 수차례의 기회를 외면했다는 언론의 후속보도가 줄을 이었다. 난처한 상황에 몰린 정부는 허둥지둥 전국 취약계층 아동들의 돌봄 실태 조사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복지 사각지대에서 취약계층의 참변이 발생할 때마다 전수조사니 뭐니 하면서 뒷북을 때리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아동돌봄 문제는 취약계층을 포함해 모든 가정의 가장 큰 걱정이었다. 복지부가 이런 지적에 민감했다면, 취약계층 아동의 방임·학대 실태 조사는 진작 이루어졌어야 한다. 그랬다면 그 결과에 따라 돌봄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손볼 수 있었을테고, 예산이 필요했다면 네 차례나 수립된 추경에 얼마든지 반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두 형제도 돌봄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복지부의 말처럼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취약계층 아동 돌봄 서비스의 빈틈을 메우는 일은 중요하다. 특히 일선 지자체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유기적이고 적극적인 공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두 형제도 주민들의 신고로 지자체와 아동보호기관의 상담을 받았지만, 두 기관의 상이한 상황판단으로 신속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 법원은 형제를 엄마와 분리해 보호해달라는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엄마는 학교 측의 긴급돌봄 제의 마저 거부했다. 아동돌봄 시스템이 아동인 두 형제 중심이 아니라 엄마의 이기심과 기관들의 편의에 따라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법원도 아동보호 청구에 대해선, 서류보다는 현장과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전향적인 자세변화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