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전국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소식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포천에선 한 육군부대에서만 전체 부대원의 15%인 36명이 확진됐다. 해당 부대는 모든 장병의 휴가를 취소한 채 봉쇄됐고, 포천 내 모든 부대는 외출이 통제됐다. 한 지역의 국방전력이 차질을 빚는 초유의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집단감염 사태는 이뿐 아니다. 연휴 기간 중 용인 대지·죽전고 학생과 가족 등 1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양평군 건설업 근로자 관련 누적 확진자는 11명으로, 인천 부평구 지인모임 누적 확진자는 13명으로 늘었다. 추석 직전 발생한 서울 다나병원 확진자는 최초 2명에서 연휴를 지나면서 46명으로 증가했다. 수도권뿐 아니다. 전북 익산시, 부산 금정구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중앙방역대책본부 5일 14시30분 발표 기준)

속출하는 집단감염 사례가 심각한 것은 감염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무증상 감염이라는 점이다. 포천 군부대의 경우 첫 확진 병사가 나온 27일을 전후해 간부 1명을 제외하고는 장병 전원이 외출·외박을 나간 사실이 없었다. 업무차 외출을 다녀온 간부는 시기적으로 첫 확진 병사의 감염과는 무관하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22일부터 5일까지 발생한 신규 확진자 1천119명 가운데 18.2%인 204명이 이처럼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들이다.

연휴를 전후한 전국적인 집단감염 사례들이 빙산의 일각일까봐 걱정이다. 연휴 기간 중 감염 조사가 부진했던 점과, 연휴 기간 중 전국 관광지와 여가시설에 몰린 인파를 감안하면 집단감염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규모 경찰인력을 동원해 개천절 광화문 집회를 봉쇄한 사이에, 많은 국민들이 연휴 나들이에 나서는 바람에 인파가 집중된 장소가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개천절 집회를 막기 위해 전국에서 소집된 경찰인력을 비롯해 동원 가능한 방역인력들을 인파가 예상되는 주요 지점에 배치해 인파 소개활동을 펼쳤어야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국적으로 무증상 전파자가 산재한 것이 틀림없는 상황이라면, 정부와 방역당국의 방역행정 또한 비례성의 원칙에 입각해 대응해야 마땅했다.

정치집회 봉쇄에 인력을 총동원하느라 행락인파에 대한 관리를 외면한 것은, 정치를 방역에 앞세운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