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지구적인 대격변이 진행 중이다. 인류의 일상과 문화가 변했고, 세계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그동안 세상을 떠받쳐 온 사상과 이념과 삶의 지향들이 전복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으로 인류 전체가 차원 이동을 한 것이다.

코로나19는 그러나 인류가 앞으로 경험할 미지의 재앙의 시작일 뿐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은 세계 곳곳에서 파멸적 재앙을 예고하고 있고, 코로나19와 같은 신·변종 바이러스들의 속출은 전망을 넘어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대한민국과 대한국민들도 세계 인류와 마찬가지로 한 번도 보지 못한 전면적인 대격변을 극복하고 미래세대의 삶을 보전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 있다.

코로나19 대격변은 대한민국 사회 전 분야에서 수많은 칸막이를 만들어 사람들을 격리하고 분리하고 분열시키고 있다. 경제분야에서 양극화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가진 자들의 자본소득은 부동산, 주식, 신산업 등 신·구 자본시장에서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반면에 빈곤층과 중산층의 임금 및 자영 소득은 사라진 일자리와 비대면 세상의 도래와 함께 축소일로다. 이 같은 격차를 완화시켜 온 산업은 인력이 필요 없는 인공지능의 세계로 진입 중이다. 중산층은 엷어지고, 무자본 청년들은 아파트 한 채 갖기도 힘들어졌다.

전통적 가치의 붕괴로 인한 문화 격변도 인간의 소외를 부추기고 있다. 비대면 추석은 격변의 상징이다. 차례 의식으로 구현해 온 집단적 연대감은 방역 명분으로 간단하게 해체됐다. 혼밥이 자연스럽고 공연과 스포츠 관람은 물론 사회적 발언까지 온라인에서 해결한다. 공동체의 운명적 연대를 확인할 공간들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분리된 발언과 의견은 대결과 대립으로 치닫고, 언론이 주도했던 정제된 공론장의 기능은 갈수록 힘을 잃어간다.

코로나19로 초래한 격리, 분리, 분열현상이 역설적으로 국가주의를 강화하는 현상에 이르면 걱정은 더욱 커진다. 전 국민의 염원이 코로나19 극복에 집중되면서,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 커지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위축된다. 집회의 자유는 방역을 이유로 제한되고 정부에 반대할 권리는 사라진다. 미래세대의 세금을 빌려 현재에 쏟아부어도 감시와 걱정은 소홀하다. 권력에 너그러운 법원과 검찰로 인해 권력의 특권과 국민 기본권 사이의 양극화가 심각해졌다.

코로나19로 도래된 대재앙 시대의 격변이 전통적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계몽적 민주주의 권력을 강화시키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코로나 대격변 시대에 대응할 국민들의 민주주의 역량과 연대가 중요해졌다. 창간 75주년을 맞은 경인일보는 지역 최고의 정통 언론으로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공론장의 역할을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