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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성규 의원. /경인일보DB
"선주가 너무 욕을 많이 해서 항의했더니 오히려 나에게 화를 내면서 울릉도에 그냥 내리라고 했습니다.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선주가 빼앗은 상태여서 울릉도에서 육지로 오는 배를 탈 수도 없었습니다."

지난 8일 오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국회의원 신청으로 출석한 인도네시아 선원 권익단체인 SPPI 한국지부 아리 프로보요(Ari purboyo)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 프로보요 대표는 우리나라 연근해어선과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열악한 근로 실태를 공개했다. 프로보요 대표는 2016년부터 통영의 연근해어선에 승선해 일하고 있다.

프로보요 대표는 "한국 선주들은 계약서에 적힌 것과 달리 밭일·집안일도 시킨다"며 "하루 평균 멸치는 17시간, 오징어는 20시간씩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 오기 전 고액의 송출 비용을 냈는데도 선원 업체 등에 관리비 명목으로 매달 돈을 낸다"며 "한국에선 송출 업체에 매달 4만5천원의 관리비를 '에이전시 비용'으로 보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프로보요 대표는 "근로 계약서를 확인하지 못해 배에 탄 뒤에는 하루 3시간씩 자면서 7~8개월 동안 일하는 경우도 있다"며 "노동 강도는 강하지만, 4~5년 경력을 가진 선원도 월평균 500~600달러 정도만 받을 정도로 임금 수준이 낮다"고 했다. 프로보요 대표는 "한국 정부가 외국인 선원의 임금체납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다"며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 간 MOU를 통해 송출 비용 없이 선원들이 입국할 수 있도록 신경 써달라"고 촉구했다.

국내 20t 이상 어선에 근무하는 외국인 선원은 1만32명(2019년 기준)이다. 전체 선원 중 외국인 선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43% 정도지만, 외국인 선원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수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수협중앙회가 운영하는 '외국인 선원 고충상담센터'에는 8천41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임금체납'과 '폭행'으로 인한 고충 상담은 2천297건으로, 27.2%에 달했다.

맹성규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 외국인 선원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최장 24개월 동안 배에서 내리지 못한 채 근무하고, 한국인에게만 생수를 주고 외국인에게는 바닷물을 정수해 주는 등의 차별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며 "관리 감독을 맡은 해양수산부는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개선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