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고령층·장애인등 오프라인 고객 편의 다양한 서비스 제공
한은·금융위, 은행권과 협의 기기·지점 무분별 폐쇄 방지 방안 마련


디지털 문화가 확산되고 비대면 추세가 자리 잡으면서 은행점포와 ATM(현금자동입출금기) 기기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은행권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과 장애인을 위해 각종 대응 방안을 내놓고 있다.


포토데스크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ATM 수는 지난 2013년 7만100대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기준 5만5천800대까지 줄었다. 2020.10.13 /경인일보DB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ATM 수는 지난 2013년 7만100대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기준 5만5천800대까지 줄었다. 은행 창구나 ATM 기기를 찾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거의 모든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ATM이 급격히 사라지면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과 오프라인에서 금융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장애인의 불편이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시중은행들은 고령층이 사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에 큰 글씨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ARS(자동응답서비스) 주요 안내 내용을 화면에 보여주는 '보이는 AR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도록 콜센터 전용 적금을 선보였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화상수화상담 전문요원도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우리은행은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목소리 일회용 비밀번호(OTP) 기기'를 무료로 발급한다. 우리은행은 장애인이 새롭게 계좌를 개설하거나 전자금융신청을 할 수 있도록 영상통화 비대면 본인 확인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정맥 인증으로 출금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모든 영업점에 도입했다. 통장, 인감, 비밀번호 없이도 정맥 인증만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신분 확인이 쉽고 대면 채널에서 인증 과정을 단축해 고령층에게 유익한 제도다.

농협은행도 내달부터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인터페이스를 제작한다. 하나의 화면에 하나의 내용을 담아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특징이다. 이 밖에 고령층이 참고할 수 있는 각종 금융 정보도 영상으로 앱을 통해 제공한다.

금융당국도 지난 8월 발표한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통해 오프라인 점포 폐쇄 가속화를 늦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프라인 점포 폐쇄 사전 절차를 강화해서 무분별한 폐쇄를 막겠다는 조치다.

점포 폐쇄로 고령층이나 장애인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이용자들이 미리 폐쇄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폐쇄의 당위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측은 "금융기관들이 점포를 폐쇄하고 ATM을 줄이는 추세"라며 "법정화폐로서 현금이 효율적으로 쓰이고 잘 유통되게 하는 것이 한은의 책무인 만큼 ATM의 급격한 감소에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한은과 금융위는 하반기부터 은행권과 협의해 ATM 설치 정보를 수집·관리한다.

한은 관계자는 "ATM 주소 정보, 고액권 인출 가능 여부, 이용 시간 등을 지도에 담을 계획"이라며 "은행 전용 앱도 만들 텐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고객의 ATM 이용 정보로 연도별 목표를 세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를 통해서 중장기적으로 ATM의 급격한 감소 방지 방안도 마련한다.

일본의 경우, 대형은행인 미쓰비시UFJ와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이 ATM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비대면 추세로 은행권의 수익이 줄어들어 비용 절감 차원에서 ATM 기기를 없애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공동 운영으로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도 지난 8월부터 공동 ATM(점외 ATM 대상)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ATM은 금융기관의 사업 자산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공공 기반시설이기도 하다"며 "이 때문에 ATM의 효율적인 활용이 중요한데, 대형은행과 지방은행들이 연합하는 등 공동으로 ATM을 운영하는 것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