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1, 2위가 된 이인제·노무현후보가 17일 대전경선이 끝난뒤 앞으로 선전을 다짐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연합〉
 “대세론이냐, 대안론이냐.”
 민주당 대선경선에서 1, 2위간 엎치락 뒤치락하는 혼전이 계속되면서 2강
구도로 정착, 3~5위간 표차를 벌리고 있다.
 16일 광주경선에서 1위를 차지, 예상을 뒤엎었던 노무현후보는 17일 대전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에 밀리며 542표로 뒤처졌다.
 이에따라 민주당 대선경선은 최후까지 누가 1위를 할지 점치기 어려운 '
긴 레이스'에 돌입하면서 국민들의 흥미를 고조시키고 있다.
 17일 대전경선에서 67.5%의 득표율로 종합순위 1위로 올라선 이인제 고문
은 “그동안 3각 파도에 휘말려 정말 죽을 고생을 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제주·울산·광주 경선에서 여론조사와는 전혀 딴판의 결과가 나오
면서 '이인제 대세론' 소멸 위기로까지 몰렸으나 텃밭인 대전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를 거둠으로써 다시 생기를 찾은 모습이 역력했다.
 경선을 전후해 김근태 고문의 8·30 경선자금 공개파문과 그로인한 권노
갑 전 의원과 동교동계 구파의 당내위상 축소, 타 후보 진영의 강한 견제,
불법 선거시비 구설, 김운환 전의원의 구속 등 악재가 잇따랐다.
 또한 자신과 함께 대세론의 한 축을 이뤘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박근
혜 부총재의 탈당을 기점으로 당 내분에 직면한 것도 그에게 악영향을 끼쳤
다는 분석도 나왔다.
 더욱이 '노무현 대안론'이 경선 초반 거센 돌풍을 일으키면서 1위를 목표
했던 광주 경선에서 조차 고배를 들게되자 이 고문 진영의 낙담은 커져만
갔다.
 때문에 이 후보측은 비록 텃밭이긴 하지만 대전에서의 압승이 경선에 새
로운 전환점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특히 대전 경선 결과가 내주 있을 충남과 강원 경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여 대전경선을 기점으로 이인제 대세론은 경선전과 같은 분위
기로 되살아날 것이라는 게 이 후보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대전경선이 이 후보 대세론의 부활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대전에서의 압승이 지역주의 투표성향을 부채질해 영남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중권 고문이 대전 경선후 “영남도 할말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나 노 고문이 “이미 광주에서 대세가 결정났다”고 선언한 것은 바로 이같
은 맥락에서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급부상한 '노무현 대안론'이 앞으로 남
은 12개 지역별 경선에서도 계속 확산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노무현 돌풍'은 일단 17일 대전에서 몰표를 얻은 이인제 후보에게 종합
득표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주춤했고 오는 23, 24일 경선이 치러질 충남과
강원도 이 후보의 강세지역이기 때문에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 진영은 광주경선 승리에 힘입어 오는 30, 31일 경남과 전
북지역경선, 내달초 대구, 인천, 경북 경선에서 다시 바람을 일으킬 수 있
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에 이어 정대철 김원기 임채정 이해찬 신기남 임종석 의원
등 민주당내 개혁세력이 속속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노 후보에
게 힘이 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노 후보측 관계자는 “비록 대전에서 1위를 내줬지만 예상했던 일”이라
며 “광주의 선택은 노 후보가 지역장벽을 극복하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를 본선에서 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한 것으로 쉽게 꺼질 거품이 아
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인제 후보는 대전 경선 직후 “어제 광주에서의 결과에 많은 충격
을 받았지만 광주 민심은 이인제이며 반영이 안 됐을 뿐”이라며 “나의 필
승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한화갑 후보측도 “노무현 대안론은 보수
라는 장벽이 기다리고 있으며 지금은 검증되지 않은 채 돌풍을 일으키고 있
지만 충청·강원 등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을 거치면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노 후보가 울산에 이어 광주에서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이유는
우선 본선경쟁력과 영남 득표력을 가진 유력한 카드의 하나라는 점을 민주
당의 핵심지지층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같은 정서적 흐름에는 광주경선 직전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노 후
보가 이총재를 앞서는 것으로 발표된 것도 상당한 작용을 했다는 것이 중론
이다.
 특히 김근태 후보의 사퇴로 개혁세력이 자연스럽게 결집되고 그 결과 광
주에서 개혁후보 연대대상으로 거론됐던 한화갑 정동영 후보가 각각 3, 5위
로 처지면서 그만큼 표가 노 후보에게 쏠리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비록 장소사정 때문에 편성된 것이지만 제주를 시작으로 울산, 광주
로 이어진 초반경선의 순서도 노 후보에게 우연한 도움으로 작용했다.
 수시로 순위가 뒤바뀌며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민주당 대선경선이 그동
안 떨어졌던 민주당의 위치 격상과 함께 국민들의 많은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세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