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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곡처리장에서 벼 수매를 진행하는 농민들. /경인일보DB

태풍·집중호우… 가격 인상될 전망
일부 농협, RPC 거치지 않고 수매
선지급금 언급 없어 낮게 책정 우려

농협 "공공비축매입가등 고려 할 것"

경기지역 일부 농협이 수매(매입)가를 알려주지 않은 채 벼부터 수매하고 나서 농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통상 우선지급금을 정해 지급한 후에 벼를 수매하는데, 올해는 별다른 언급도 없이 일단 벼를 수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벼 수매가격이 지난해보다 오를 것으로 예측되면서 RPC(미곡종합처리장)를 거치지 않은 채 직접 거래를 원하는 일부 농협이 시세차익을 취하진 않을까 농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13일 농협 경기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지역농협별로 벼 수매가 한창이다. 농협 벼 수매는 농민들이 1년 중 가장 기다리는 날이다. 1년 농사 결과물의 값을 받을 수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예년과 다르게 수매하는 일부 농협의 미덥지 못한 행동에 농민들은 불안을 호소한다. 화성시에서 벼 농사를 하는 한 농민은 "RPC가 아닌 농협 쪽에서 벼 수매 얘기를 꺼내더니 우선지급금 언급도 없이 수매가격은 벼 도정을 하고 나서 나중에 얘기하자고 하더라"라며 "이런 경우가 없었기에 당황스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통상 벼 수매는 9월 말에서 10월 사이에 이뤄진다. 경기지역의 경우 수매가격은 10월 말에서 11월 중순께 정해지는데, 농사 대금을 치러야 할 농민들을 위해 RPC는 벼 수매가격의 70~80% 수준의 우선지급금을 농민들에게 지급해왔다. 이후 정확한 수매가격이 정해지면 차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특히 잇따른 태풍과 집중호우로 일조량이 부족해져 작황이 부진한 올해 벼 수매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농민들의 불안은 더해졌다. 지난해 벼 40㎏당 6만원대 수준이었던 벼 수매가는 올해 7만~8만원대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화성지역 한 RPC는 벼 수매가격을 7만1천500원으로 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경기 농협에서 우선지급금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은 채 수매를 한 뒤 오히려 벼 수매가를 낮게 책정해 유통 마진을 챙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졌다.

농협 측은 통상 절차에 따라 벼 수매가격이 정해진다는 입장이다.

농협 경기본부 관계자는 "12월께 수매가격이 정해지는 곳도 있는데, 경기농협은 늦어도 11월 중순까진 정해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벼 수매가격을 정하는 지역"이라며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작황이나 공공비축매입가와 같은 상황을 고려해 투명하게 수매가격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