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401000514400026411.jpg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베를린시장과 미테구청장에게 철거 방침을 철회해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베를린 미테구청은 일본 요구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당초 14일까지 철거하라는 명령이었는데,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해당 명령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에 미테구청은 법원 판단이 있을 때까지 철거를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이 지사는 14일 서한문을 보내 "대한민국의 경기도민을 대표하는 도지사로서 우려를 표한다. 명령이 보류됐지만 베를린시와 미테구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한국 국민들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만일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된다면 전쟁 범죄와 성폭력의 야만적 역사를 교훈으로 남겨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염원하는 한국인과 전세계의 양심적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며 "이미 수개월 전 베를린시 도시공간문화위원회 심사를 거쳐 공공부지에 설립된 것인데 일본의 노골적인 압력이 있은 뒤에 번복되는 것은 독일과 오랜 친선 우호 관계를 맺어온 한국인들에게 커다란 상처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과거사를 진정으로 사죄하고 그 책임을 철저하고 지속적으로 이행하는 독일 정부와 국민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빌리 브란트 전 총리는 책임을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 길임을 보여줬다"며 "하물며 사죄하지도 않는 과거를 청산할 길은 없다. 회복하지 못한 피해자들의 인권과 소녀상의 역사적 무게를 숙고해 귀 당국의 철거 입장을 공식적으로 철회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이 지사는 서한문을 보낸 사실을 알리며 "대한민국 국민이자 경기도민을 대표하는 도지사로서 오늘 독일 베를린시장과 미테구청장에게 소녀상 철거 방침의 공식 철회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관심을 갖고 널리 알려달라"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