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에 대한 재심 공판에 당시 수사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14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박정제) 심리로 열린 윤씨에 대한 재심 공판에 출석한 8차 사건 당시 수사검사 최모 변호사는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최 변호사는 증인 소환에도 불구하고 불출석해 과태료 400만원이 부과됐으나 이날 출석해 이 처분이 사라졌다. 최 변호사는 건강이 좋지 않은 듯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왔다. 공판 중간에 약을 먹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검찰과 윤씨 측 변호인 모두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윤씨가 당시 현장검증에서 담벼락을 넘는 모습을 실제로 봤는지 여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방사성동위원소 감정서의 진위, 수사 당시 검찰과 경찰의 가혹행위 여부 등에 대해 신문했다.

최 변호사는 "현장 검증 당시 피고인(윤성여씨)이 두 팔로 담벼락을 짚고 한쪽 다리를 탁 걸쳤다"며 "다른 다리를 짚을 때에 슬리퍼가 미끄러지면서 땅에 떨어져서 형사가 얼른 주워서 슬리퍼를 신겼던 장면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어 "내 판단으로는 이미 담을 넘어갔고 상체가 다 올라갔으면 다리를 올리는 것은 무리가 없겠다 싶었다"면서도 "왼쪽 다리까지 다 올린 것 같지는 않다. 그 이상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국과수 감정서에 대해선 "과학적인 전문 지식이 없어 혈액형이 동일한지 등을 보고 판단했다"며 "아무런 문제 의식을 가지지 못했다. (감정인이)공판 단계에서 문제가 되면 증언을 해주겠다고 했었다"고 증언했다.

국과수 감정서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였다. 이를 토대로 윤씨를 임의동행 형태로 구금한 뒤 가혹행위를 통해 자백을 받아냈다는 게 현재까지 재심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지점에서 결국 피고인의 자백이 있었기 때문에 기소를 했다고 최 변호사는 털어 놨다.

이에 대해 윤씨의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감정서로 인해 피의자가 특정이 됐고 수사 경찰관들이 감정서를 가지고 윤성여 피고인을 진범이 맞다고 확신하고 진술을 강요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감정서를 맹신해서 진술을 강요했고, 검찰에서는 자백이 있으니까 인정이 된다고 하면 서로 모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최 변호사는 "경찰 단계에서 그렇게(국과수 감정서로 피의자를 윤성여씨로 특정) 했는지 몰랐고, 사건이 송치된 뒤 객관적인 결과로 믿고 기소했다"며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변호인 측은 1983년 검찰의 잘못된 살인죄 기소로 3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미국 뉴올리언스의 흑인 남성 글렌 포드(Glenn Ford)에게 뒤늦게 사과한 검사 마티 스트라우드(Marty Stroud)의 영상을 재생했다.

다음 공판은 2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