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ㄹ홀ㄴ온.jpg
한국나노기술원 전경 /경인일보DB

연구보조금 2천여만원 받고 구입

자체 수익사업 등 외부 지원 사용
5천만원대 내역 빠진채 국회 제출
기술원은 "의혹 제기, 사실 아니다"


과거 연구용 금(金)을 횡령해 경찰에 입건됐던 한국나노기술원(2018년 10월31일자 7면 보도=연구용 金 수익사업 전용 '관행이 된 횡령')이 이후에도 당시와 같은 수법으로 '특수가스'를 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한국나노기술원(이하 기술원)이 이와 관련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일부 내용을 누락해 전용 사실을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지난 15일 기술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술원은 지난 2019년 동안 정부 연구과제 수행을 위해 받은 보조금으로만 2천550만원 어치의 특수가스(AsH3, PH3)를 구입했다.

하지만 기술원은 이렇게 구입한 특수가스를 MOCVD(유기금속화학증착기)란 화합물반도체 관련 장비를 통해 연구과제용 목적뿐만 아닌 자체 수익사업 등의 외부지원 목적으로도 사용했다.

보조금법(제22조)상 연구과제 등 정부 보조사업을 위해 받은 국고 보조금은 해당 목적 이외에 사용할 수 없는데 기술원 수익을 위한 장비(MOCVD 등) 공동활용 사업 등의 다른 목적에 쓴 것이다.

앞서 정부 보조금으로 구입한 22억원 어치 연구용 금 중 16억원 만큼을 자체 수익사업에 써 이를 횡령한 사실이 지난 2018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를 통해 드러났음에도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기술원이 박성중 의원실에 제출한 '특수가스 구입 사용 예산명' 자료에서 지난 한 해 동안 구입한 특수가스 금액 중 일부를 누락했다는 점이다.

제출된 자료는 AsH3와 PH3 등 2개 종류 특수가스를 2019년 동안 2천550만원 어치 샀다고 돼 있지만 경인일보 취재 결과 8천만원이 넘는 규모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기술원은 지난해 5~10월 기간에만 총 8천292만원 어치의 AsH3와 PH3의 특수가스 실린더를 구입했다. 약 5천730만원 어치의 구입 내역을 빼고 의원실에 제출한 셈이다.

이에 특수가스를 정부 보조금 사업 이외 목적에 사용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의원실에 일부 내용을 누락시켜 제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기술원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기술원 관계자는 "특수가스를 사용하는 MOCVD 장비는 대부분 연구과제에만 쓰고 있다"며 "실제 90% 이상 그렇게 사용한다는 자료를 의원실에 제출해 해명했고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