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협력사 내구도시험 '면제'
실린더 파손등 발생… 운항 중단
홍영표 "불법 없었는지 밝혀내야"

북한과의 충돌이 잦은 서해5도 북방한계선(NLL)을 방어하기 위한 핵심 전력인 해군의 차세대 고속정이 엔진 결함으로 운항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세대 고속정의 경우 개발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의 제대로 된 엔진 검증 과정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인천 부평을) 의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군은 서해5도에 배치할 차세대 고속정 검독수리-B(Batch-Ⅰ)를 개발해 도입하기로 했으나 방사청이 해당 엔진에 대한 검증을 거치치 않고 내구도 시험을 면제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함정의 엔진 기술 협력 생산 기업인 H사는 규정에 따라 엔진 성능에 대한 8시간의 시험을 125회 반복한 뒤 분해해 공장 검사를 실시하거나 국내·외 해군함정에서 1천시간 이상 동일 엔진을 운용했다는 실적을 방사청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어느 조건도 만족시키지 않고 방사청으로부터 내구도 시험을 면제받았다.

H사는 내구도 성능시험을 하려면 10억원 이상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며 방사청에 비용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H사는 미국에서 이미 1천800시간을 운용한 실적이 있다며 내구도 성능시험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방사청에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청은 이런 H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검증조차 하지 않고 내구도 시험 자체를 면제시켰다.

결국 내구도 시험을 거치지 않은 엔진을 장착한 신형 고속정 4척과 현재 시운전 중인 1척까지 모두 5척의 차세대 고속정은 엔진 개방 검사에서 유사한 균열이 발견됐다.

4척의 함정 모두 800시간 이내에 엔진 실린더가 파손되는 결함이 있었고, 심지어 시운전 중인 5번함은 운항 500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엔진 균열이 발생했다.

홍영표 의원은 "차세대 고속정 사업의 엔진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이 같은 일은 결코 용인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관리 부실"이라며 "엔진 내구도 시험 면제 과정에서 불법적인 측면은 없었는지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