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 하자가 있었음이 감사원의 감사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0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되었다는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점검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8년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과정에 전년도 판매단가가 아닌 한수원의 전망단가를 적용하도록 회계법인에 요구했다. 또 산업부 직원들이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 관여해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떨어뜨렸고 백운규 전 장관은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두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사실상 조기 폐쇄 결정의 문제점을 인정한 셈이다.

이러한 감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무려 1년 1개월여가 걸렸다. 지난해 9월 국회가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따져달라고 요청한 지 385일 만에 나온 결론인 것이다. 1년을 훌쩍 넘긴 감사 기간 못지 않게 후유증 또한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1차적으로는 우리나라 최대의 발전회사로 국가 에너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금이 갔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항상 내세우는 '공정'의 가치도 상처를 입게 됐다.

아무리 정책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그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작위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 이유야 어쨌건 숫자놀음으로 정책을 합리화 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자체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산업부의 향후 대응에 주목되는 이유다.

정치권도 이번 감사 결과를 정쟁의 도구로만 이용해서는 안 된다. 사실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폐쇄를 결정할 당시의 검토 사항은 운영환경, 경제성, 안정성, 지역수용성 등 4가지였다.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는 경제성만 따진 것이다. 노후된 차를 운행할 때도 경제성만을 따져 폐차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감사원이 종합적 판단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조기 폐쇄 결정 자체가 타당했는지에 대해 결론을 유보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더구나 월성 원전 1호기는 잦은 고장으로 유명한 원전이다. 다른 평가 지표는 무시하고 경제성만 갖고 정쟁으로 치닫는다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표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