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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이 앞다퉈 가는 곳이 있다. 바로 전통시장이다. 북적북적한 시장통에서 어묵 같은 주전부리를 사 먹고, 상인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요즘 어떠시냐'를 묻는 것은 선거 유세의 클리셰(상투적 표현) 중 클리셰다.

전통시장이 선출직에게 중요한 이유는 서민경제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하루하루 장사로 근근이 살아가는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 즉 서민을 대표한다. 전통시장 상인과 친근하게 농담을 주고받는 후보의 모습은 서민의 고충을 이해하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후보 입장에서 전통시장은 대개 지역 토박이가 모여있는 표밭이기도 하다.

과거 대부분의 선거에서 후보들의 서민 친화전략은 상당히 먹혔고, 실제 당선 후 다양한 전통시장 지원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2010년대 골목상권 살리기가 일종의 사회적 운동화 한 것은 전통시장 지원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소상공인 지원법, 전통시장법 등이 국회에서 만들어졌다.

의정부 제일시장도 이런 배경 속에서 십수 년 간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시설 현대화 사업은 물론 상권을 살리기 위해 수백억원의 예산이 직·간접적으로 시장에 투입됐다. 한수이북 최대 전통시장이라는 명성에 맞게 의정부 제일시장이 받은 지원은 주변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 많은 편이다.

청년몰, 야시장 등 제일시장이 추진했다 실패한 사업들은 공모사업이긴 하지만 경기북부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수억원대의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된 것에 비해 그 과정과 결과는 부실하기 이를 데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누구 한 사람 사업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어물쩍 넘어간 상황에서 이제 제일시장은 행정기관 사무실 입주로 안정적인 고정 수입원까지 확보하게 됐다. 과연 이런 일들이 전통시장이 아니었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특정 상권에 집중되는 것도 모자라 지원금이 마치 눈먼 돈처럼 아무렇게나 쓰이는 것은 결코 정당하지 않다. 모두가 낸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감시, 그리고 각성이 필요하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