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日수출규제이후 자립화 선언

17개 기업 지원 소기 목적은 달성
실질성과 시간 필요 지속관심을


이천시에 있는 비씨앤씨(주)는 반도체를 만들 때 쓰이는 부품인 포커스링을 제조하는 곳이다. 고성능의 반도체가 필요할수록 들어가는 부품도 함께 발전해야 하는데, 경기도의 도움으로 보다 나은 포커스링을 개발할 수 있었다.

도가 지방정부에선 이례적으로 소재·부품·장비 자립화 지원에 자체적으로 나서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반도체 관련 부품 다수가 미국, 일본 등에서 공급되고 있는 만큼 이렇게 더 나은 부품을 자체 개발하는 것은 반도체 소재·부품 국산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는 게 비씨앤씨 측 설명이다.

지난해 7월 일본이 수출 규제에 돌입하면서 다수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가 소재한 경기도 산업에 악영향이 예상됐다. 도가 직접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이재명 도지사 역시 지난 7월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소부장 산업 육성 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경제 종속,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 기술 독립, 경제 독립, 기술 강국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역설했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형 소부장 산업 자립화 연구지원사업이 첫발을 뗀 후 꼭 1년을 맞았다. 무려 12.7대1의 경쟁률을 뚫고 비씨앤씨와 같은 경기도 중소기업 17곳이 도의 도움으로 더 나은 소재·부품·장비를 직접 개발하고 나섰다.

소재·부품·장비를 개발하고 싶어도 이에 필요한 기술이나 인프라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결코 적지 않았다. 역량은 있지만 그 역량을 발휘할 만한 토대가 단단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갓 씨앗을 심은 가운데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특성상 꽃을 피우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선에선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발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각 산업 현장에서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새로운 소재를 쓰길 꺼리는 경향이 강해 정착하는 데는 더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일본으로부터 기술 독립을 이루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정책적 관심이 시들해질까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 소재·부품·장비 자립화 지원을 이끄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일상에서 쓰는 스마트폰만 봐도 정말 많은 소재와 부품이 쓰이지만 상당 부분을 일본 등 해외시장에 의존하는 추세다. 필요성을 인지하는 것 이상의 실질적인 성과가 현장에서 나타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기회가 생긴 만큼 동력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 관련기사 12면([인터뷰…공감]재료공학 교수에서 산업현장 해결사로…주영창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