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에 관한 장외 공방은 뜨겁지만 국회에서는 '유령' 신세를 면치 못한 법안이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부터 2020년까지 국회에 8차례(의원입법 7번, 정부입법 1번) 제안됐다. 그중 5번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나머지 2번은 철회됐다. 지난 6월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고, 9월21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상태이지만 아직 논의는 감감하다. 법안발의에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가까스로 10명이 서명한데다 대부분 초선의원들이라 이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차별금지법의 명분은 뚜렷하다. "성별, 연령, 인종, 피부색, 출신민족, 출신지역, 장애, 신체조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의견, 혼인, 임신,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예방하고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기본법이다. 이 법을 통해 대한민국헌법의 평등이념을 실현하는 것이며, 여러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도 있었다.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차별금지법의 입법취지는 지난 13년간 충분히 논의되었으며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법안이기도 하다.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차별금지법 제정에 응답자의 대다수인 88.5%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3월 같은 조사 때 '찬성' 의견 72.9%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
명분과 다수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응집력이 강한 강력한 소수의 반대로 입법은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민주주의는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특히 다수의 결정이 제3자나 입법 반대자들의 불이익이나 피해를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할 때가 그렇다. 그러나 차별금지법 반대 논리는 현실보다는 신념에 근거한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주장도 일종의 '믿음'이다. 이런 우려들은 실제로 발생한다면 법 제정 후에 보완하면 될 일이다. 관행을 깨는 다소의 불협화음은 불가피하다. 여론만 의식하는 포퓰리즘도 문제이지만 반대 목소리 때문에 할 일도 방기하는 무소신도 경계해야 한다.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묵인하고 방관하는 사회는 근거 없는 증오를 부추기는 병든 사회이다.
[사설]국회의 차별금지법 논의를 주목한다
입력 2020-10-29 20:28
수정 2020-10-2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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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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