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어렵사리 1차 후보 추천을 마무리했다. 마감시한인 지난 9일까지 추천된 공수처장 후보는 모두 10명이다. 당초 7명의 추천위원들이 각자 5명까지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계산상으론 1차 후보군을 최대 35명까지 늘릴 수 있었지만 실제 후보군은 3분의 1에도 미치질 못했다. 찬반을 떠나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고, 정치적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여야 모두 후보 구하기가 수월치 않았던 탓이다. 공수처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여야 정치권이 추천한 후보들의 면면은 대조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한계와 개혁의 필요성을 공수처 출범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만큼 검사 출신을 완전히 배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제도 도입의 취지대로 대통령을 비롯한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으려면 검사 출신이 적격이라고 봤다. 당연직 위원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추미애 법무장관의 추천도 엇갈렸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 처장은 대검 중수부 출신을, 추 장관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을 각각 추천했다.

추천위는 오는 13일 회의에서 심사를 벌여 최종 2명의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한다는 일정표를 마련해두고 있으나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이달 안으로 추천일정을 마무리하고 인사청문회까지 열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야당은 추천과정에서 합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럴 경우 연내 공수처 출범이라는 정부와 여당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된다. 하지만 야당의 무리한 반대는 자칫 '모법 개정'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여야 간 치열한 두뇌싸움과 힘겨루기는 이제부터가 진짜다.

논란 속에 도입된 제도이긴 하나 기왕에 여기까지 왔다. 진짜 '살아있는 권력'은 기소 대상에서 죄다 빠져 단지 법조비리수사처에 불과할 뿐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듣지만 어쨌든 합법적 절차를 거쳐 도입된 제도다. 여야 대립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변협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수사능력, 정의감을 고려"해 추천한 후보들이 출구가 될 수도 있다. 협상과 타협의 여지를 두고 시작하는 힘겨루기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밀어붙이기와 버티기는 접길 바란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공수처의 적격 수장을 찾아내는 데에 온 힘을 쓰기 바란다. 국민의 바람이자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