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레미콘업체 14곳과 이를 납품받아서 건물을 지은 9개 건설회사가 무더기로 적발되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레미콘 업체 임원 2명을 구속하고 건설사 관리자 등 40명을 검찰에 넘겼다. 2017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3년 동안에 경기도 고양, 파주, 의정부시와 서울 종로, 마포, 강서 등 442개 건설현장에서 전부 불량 레미콘을 사용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업체들이 시멘트 대신에 단가가 싼 콘크리트 첨가제인 혼화재를 사용해서 레미콘을 만들어 900여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추정했다. 반제품인 레미콘은 시멘트, 모래, 자갈, 혼화제를 섞어 만드는데 시멘트가 가장 비싼 반면에 화력발전소나 제철소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로 만든 혼화재가 제일 저렴하다.

심각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리 사슬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먼저 배합 프로그램 개발업체와 짜고 한국산업표준(KS) 규격보다 시멘트와 자갈을 적게 투입하도록 조작하고 건설사에는 정상의 납품서류를 제출했다. 또한 건설사의 콘크리트 강도검사에서는 몰래 바꿔치기 한 시료를 제출해서 통과시켰다. 품질관리를 제대로 해야 할 건설사도 한통속이었다. 적발된 9개 건설사의 관리자 9명은 품질에 하자가 있어도 눈감아 달라는 청탁을 받고 매달 수십만원씩 상납을 받아온 것이다.

지난해 5월에는 국내 굴지의 성신양회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에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의 건설현장 270곳에 불량레미콘을 납품한 사실이 적발되어 충격을 주었다. 성신양회는 시멘트를 건설사와의 납품계약보다 최대 40%를 줄이고 대신 혼화재를 채워 넣는 식으로 초과이윤을 추구했다. 허위송장을 발송해 대금을 돌려받는 사례들도 빈번하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여론이 비등하나 건설현장에 광범하게 퍼진 불량자재 범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덕분에 입주민들은 안전문제와 집값 하락 우려 등으로 벙어리 냉가슴이다. 자재비를 착복하려고 시멘트 대신 헐값의 석탄재 사용을 늘린다니 라돈 등 방사성물질 배출증가 우려는 점입가경이다. 주무관청인 국토교통부의 감독소홀에다 수사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화근이다. 후진국적인 건설비리가 10대 경제대국의 국격(國格)을 훼손하는 것 같아 민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