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배준영 "영흥면 매립지
소각장 2곳, 밀실·야합 결정 철회"

용현·학익 접한 중구 신흥동 소각장
관련 홍구청장 침묵·미추홀구 시끌

고잔동 소각장 시장관계 고려 복잡
청라는 김교흥 반발 갈등심화 예고

인천시가 12일 공개한 자체 매립지와 신규 소각장 후보지를 두고 얽히고설킨 인천지역의 정치 구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여당과 야당, 박남춘 인천시장과의 정치적 관계 등이 보이지 않게 입지 선정에 반영됐다는 얘기다.

인천시가 자체 매립지로 선정한 옹진군 영흥면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천이지만, 지리적으로는 안산 대부도와 시흥과 인접하다. 2000년대 초반 영흥화력 발전 사업으로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만 해도 배를 타야 갈 수 있던 곳이다.

옹진군의 지역 국회의원은 인천의 유일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인 배준영 의원이다. 배준영 의원은 중구와 강화군도 지역구로 두고 있는데 공교롭게 두 지역 모두 소각장까지 새로 지어진다.

배준영 의원은 이날 "영흥도에 주민이 적어 민원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시장이 영흥도를 버린 것"이라며 "밀실에서 민간업자와 야합해 결정한 영흥도 매립지와 중구·강화군 소각장 신설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신규 소각장이 들어서는 중구의 홍인성 구청장은 정작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반면 미추홀구가 시끄러운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홍인성 구청장은 박 시장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다.

사업 부지인 남항 환경사업소는 중구 신흥동이 행정구역이기는 하나 큰길을 사이로 미추홀구 용현·학익동과 접해 있다. 중구의 주요 거주지역은 다소 떨어진 동인천 일대로 이곳은 사실상 미추홀구 생활권이다.

용현·학익동의 지역구 국회의원은 무소속 윤상현 의원(동구미추홀구을)이다. 윤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용현동 갯골 수로 매립 사업과 연계해 이 일대를 ICT 물류단지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윤 의원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사전 협의 없이 통보 형식으로 진행된 것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민주당 김정식 미추홀구청장도 예기치 못한 반대 성명을 냈다.

남동구 소각장이 들어서는 고잔동은 박남춘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남동갑)이다. 현재 국회의원은 민주당 맹성규 의원으로 박 시장의 인천시장 출마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재선까지 했다. 맹 의원도 민원이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박 시장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다.

박남춘 시장 국회의원 시절 시의원을 지냈던 이강호 남동구청장도 마찬가지다.

서구지역은 민주당 김교흥(서구갑) 의원이 일찌감치 박 시장의 청라소각장 현대화 추진에 반발해 단독 행동에 나선 상황으로 갈등이 봉합되기는 힘든 처지다. 계양구는 5선 민주당 송영길(계양구을) 의원의 개인기로 부천시 소각장 공동 활용이라는 돌파구를 인천시에 마련해준 셈이 됐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