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5월부터 전국 최초로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에서 수술실 CCTV를 설치한 지 1년 반이 넘었다. 도의료원 안성병원의 수술실 CCTV 시범운영부터 따지면 2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정책은 아직 경기도의료원에 머물고 있다. 법제화가 불발되자 이 지사는 민간병원의 자발적 협조에 의지해 정책범위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실적은 저조하다. 대신 수술실 CCTV 법제화를 요구하는 국민여론은 절대적인 대세가 됐다.

국민이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정책이 여지껏 경기도 시범사업에 그치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미온적 입장과 의사단체의 격렬한 반발 때문이다. 지난 13일 보건복지부 2차관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관련법 개정에 적극 참여한다면서도, 다른 의견을 고려해 숙고 중이라고 밝혔다. 도대체 관련법 개정을 한다는 건지 만다는 건지 아리송하다. 다른 의견으로 의료종사자들의 프라이버시와 방어적 진료를 거론했는데, 이는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의사단체들의 대표적인 반대 논리다.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하는 국민여론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지난 7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전국 조사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하는 여론은 73.8%였다. 경기도 의뢰를 받은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경기도민 93%가 수술시 CCTV 촬영에 응하겠다고 답변했다.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국민지지가 높아지고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끊임없이 속출하는 의료사고 때마다 수술실 CCTV의 필요성을 거듭해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는 의사단체의 소규모 이익이 아니라 의료소비자인 전체 국민의 요청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수술실은 국민 의료권익 실현을 방해하는 유일한 사각지대다. 지난 2년 동안 공공의료기관 수술실 CCTV를 시범운영한 경기도의 운영결과에서 특별한 문제점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더 많은 운영 데이터가 필요하다면 이 지사의 제안대로 최소한 전국 공공의료기관부터 CCTV 설치를 확대하는 것도 적극 수용하면 된다.

의사단체도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논의에 적극 참여해 의료진의 인권과 진료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받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수술실 CCTV 설치 관련법 개정안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국민명령이 됐다.